
샤프

아무튼, 피아노
평균 3.4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다 이 책 때문이다. 북스타그램 업로드를 엄청 밀렸다. 이 책의 감상을 쓰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딱 봐도 좋은 말 할 뉘앙스는 아니니까, 혹시 이 책을 흥미롭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가볍게 건너뛰시길. 겨울서점을 구독해서 본 지 2년도 훨씬 넘었다.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어떤 영상은 몇 번이고 다시 보기도 하면서. 그러나 어쩐지 김겨울의 글을 찾아 읽지는 않는다.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나르시시즘' 때문이다. 사실 이건 그의 영상을 보면서도 매번 느끼는 건데, 아무래도 영상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이 표정도 짓고 말도 하고 움직이기도 해서 그런 생각들이 금방 흩어져 사라진다. 그러나 글은? 글을 앞에 둔 나는 오직 활자와 여백을 통해서만 그를 본다. 책에서라면 그는 숨을 곳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좀 어렵다. 물론 나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지금까지도 치고 있으니 그닥 어렵지 않았다. 음악에 조예가 전혀 없으신 분이 읽기에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다. 어렵다는 건 그만큼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악에 관해 꽤나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썼다는 건데, 그게 싫지는 않다. 그러니까 문제는, 아무튼 '피아노'를 꼭 김겨울이 썼어야 하느냐다. 아무튼 시리즈는 작가와 키워드 간의 정합성이 중요하다. 이 키워드를 꼭 그 사람이 썼어야 했는가?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잘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으로부터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느껴졌을 때,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긴다. 김혼비의 『아무튼, 술』(제철소, 2019)이 그랬고, 이슬아의 『아무튼, 노래』(위고, 2022)가 그랬고, 김병운의 『아무튼, 방콕』(제철소, 2018)이 그랬다. 그러나 나는 김겨울의 책을 읽으면서, 꼭 그가 이 책을 쓰지 않아도 되었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판할 때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함을 안다. 좋다고 말할 때보다 싫다고 말할 때 더 첨예하게 벼른 말이 필요하다는 것도. 하지만 난 너무 지쳤어요 땡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