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송운당

송운당

4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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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살인사건

책 ・ 2002

평균 3.7

2021.12.08 어렸을때 읽었던 책 다시 읽기 친구하나 없는 시골에서 살았던 어린시절을 보낸 나한테는, 취미생활이라곤 독서와 티비보기 말고는 없었다. 누나들이 많다보니 누나들이 남긴 다양한 책들이 많기는 했지만, 뭐 굳이 할리퀸시리즈같은 로맨스는 손이 안가긴 하더라. 그 와중에 어린시절부터 동네 앞쪽에 있던 정체모를 공장이 건축폐기물 처리장으로 바뀌면서 동네 어른들이 그곳에서 부업을 뛰시기 시작했는데... 간혹 폐기물들 사이에서 버려진 책들이 발견되었던것 같다. 이미 내가 자라났던 90년대를 기준으로도 아주 오래된 책들이라 70년대풍의 컬러백과사전도 있었고 누군가 정성들여 모아놨던 아이큐점프 별책부록 슈퍼보드시리즈 단행본도 있었고... 그런책들이 발견되면 동네에 유일한 어린이였던 나한테로 전해졌던것 같다. 쓰레기더미에서 건져올린, 때때로 곰팡내 퀘퀘한 책들이었지만. 난 읽을거리가 많아져서 너무 좋았었다. 그때도 어른들에게 감사해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숫기없고 말도 없는 나한테 정말 감사했던 동넷분들... 해문팬더추리소설 시리즈의 abc살인사건도 그렇게 읽었던 책. 다른 책보다 여기에는 곰팡이냄새가 더 심하게 났던것 같은데, 그당시에는 더럽다는 생각도 안하고 재밌게 읽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때 그 곰팡내가 어디선가 나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전혀 불쾌한 기분은 아니다. 그리고 20대가 되어서, 어렸을때 다 읽지 못한 빨강색 해문 애거서크리스티시리즈를 하나둘씩 모으며 읽고 있었는데... 어느날 출판사가 책 디자인을 바꿔버렸다. 하나씩 모아가면서 읽으려던 내 계획은 어쩔 수 없이 멈춰버렸었는데... 작년인가 중고장터에서 신판 40권을 한꺼번에 판매하시는 분을 발견. 나름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냉큼 사고나서, 가지고 있던 구판은 정리해버렸는데... 생각해보니 좀 더 추억어린 구판도 그냥 가지고 있을걸 그랬나. 소설의 내용보다도, 이 책을 보면 어린시절의 그런 기억들이 올라온다. 돌이켜보면 쓰레기책에 탐독하는 불쌍한 어린이였던 기분도 들어서 좀 짠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립다... 어머니아버지나 동네어른들이 늙지 않았던 그 시절... 걱정같은거 별로 없던 그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