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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더 킬러
평균 3.3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도 모르게 과묵한 표정으로 쓸데없이 주위를 살피며, 수유 씨지비 근처 손칼국수 맛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나를 부르는 게 아닌가.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다가가니, 할머니는 본인 집이 2층인데 짐을 좀 옮겨줄 수 있냐며 부탁을 한다. 평소 같으면 아무런 의심없이 올려다 드렸겠지만, 킬러와 이미 동기화가 완료된 나는 계단 코너를 돌 때마다 고개만 먼저 슬며시 내밀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장 피에르 멜빌의 <고독>을 본 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감정. 천의무봉의 경지에 오른 대가의 실력은 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어떠한 가치판단과 감정없이,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만을 철저히 따르며 이득만을 좇던 킬러가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더 킬러>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킬러와의 흥미진진한 수다와 동행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평소 두시간을 훌쩍 넘던 핀처가 이번에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원통하다. - 수유 씨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