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갈준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평균 3.7
…수컷 들쥐가 같은 암컷과 반복적으로 짝짓기를 하면,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된다. 바소프레신은 측좌핵이라는 부위에서 수용체와 결합해 그 암컷과 연관된 즐거운 감정을 조절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부일처제로 연결된다. 이 호르몬을 차단하면 일부일처제 결합이 사라진다. 유전자 기법으로 바소프레신 수치를 늘리면 놀랍게도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하는 생물이 일부일처제 행동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인간에게도 바소프레신이 중요한가? 2008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한 연구팀이 장기적인 이성애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 552명의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유전자에서 RS3 334라는 부위의 수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부위가 아예 없는 사람, 한 개인 사람, 두 개인 사람 등 다양했다. 이 부위가 많을수록 바소프레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약했다. 그 결과가 너무 명백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이 부위의 수가 남성의 일부일처제 행동과 관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RS3 334가 많은 남성은 일부일처제 행동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강도,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 결혼생활의 문제, 배우자가 인지하는 결혼생활의 질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위가 두 개인 남성은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결혼했다면 가정불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각자의 선택과 환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이 두 요인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저마다 다른 기질을 지니고 태어난다. 한 사람과 줄곧 관계를 유지하는 쪽에 유전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남성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남성이 있다. 과학 문헌에 밝은 젊은 여성들이 남자 친구가 충실한 남편이 될지 알아보려고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는 미래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 p.140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