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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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했던 행동이 정말 내가 한 게 맞을까? 어떤 일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곤 한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운전을 해서 출근하는 행위 같은 일상적인 행동에서부터, 가끔 ‘이걸 내가?’ 싶은 멋진 글을 써내기도 한다.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쓸 때 “손에 쥔 펜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했던 것이나 지드래곤이 〈This love〉를 작사하는 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스스로 놀라움을 표현한 일 모두, 그 중심에는 ‘무의식’이 있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는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로 다시 한번 국내에 이름을 알린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의 초기 연구서다. 2011년 출간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책이 주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뇌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인 ‘정답이 없는’ 가능성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글먼은 무의식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 무의식을 조종하는 통제 센터이자 자동 시스템을 구축한 범인, 원서 제목(Incognito)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익명의’ 존재인 뇌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재미있게도 “우리는 마음대로 행동하지만, 마음이 작동하는 과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다.” 어쩌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술 마시고 하는 말은 어디까지가 진심인가? 왜 비밀은 발설하고 싶은 강렬한 유혹이 들까? 불륜을 저지르는 유전자는 따로 있는 걸까? 이름이 비슷한 사람끼리 사랑에 빠지는 게 정말 우연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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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열표
4.5
자유의지의 한계를 알고 나면 자신은 겸손해지고 타인에겐 관대해진다. 성급한 비난을 거두고 좀 더 여유 있는 태도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좋은 책이란 정확하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데 이건 지식 이전에 태도 문제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물질주의나 환원주의로 치부해버리고 자신의 전문성을 공고히 할 수도 있었지만 되려 헌신해온 분야에 대한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마무리한다. 성숙한 사람이다. 앞으로 나올 책들도 믿고 읽어도 되겠다.
백준
4.0
의식은 뇌 속의 작은 CEO와 다름 없음. 실제로는 무의식이 삶의 대부분을 관장하고 실행해나감. 회사 대표가 실무에 과도하게 관여하면 망하듯이 의식에게 너무 과도한 운전대를 허락하지 말 것.
제갈준
4.0
…수컷 들쥐가 같은 암컷과 반복적으로 짝짓기를 하면,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된다. 바소프레신은 측좌핵이라는 부위에서 수용체와 결합해 그 암컷과 연관된 즐거운 감정을 조절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부일처제로 연결된다. 이 호르몬을 차단하면 일부일처제 결합이 사라진다. 유전자 기법으로 바소프레신 수치를 늘리면 놀랍게도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하는 생물이 일부일처제 행동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인간에게도 바소프레신이 중요한가? 2008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한 연구팀이 장기적인 이성애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 552명의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유전자에서 RS3 334라는 부위의 수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부위가 아예 없는 사람, 한 개인 사람, 두 개인 사람 등 다양했다. 이 부위가 많을수록 바소프레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약했다. 그 결과가 너무 명백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이 부위의 수가 남성의 일부일처제 행동과 관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RS3 334가 많은 남성은 일부일처제 행동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강도,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 결혼생활의 문제, 배우자가 인지하는 결혼생활의 질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위가 두 개인 남성은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결혼했다면 가정불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각자의 선택과 환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이 두 요인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저마다 다른 기질을 지니고 태어난다. 한 사람과 줄곧 관계를 유지하는 쪽에 유전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남성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남성이 있다. 과학 문헌에 밝은 젊은 여성들이 남자 친구가 충실한 남편이 될지 알아보려고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는 미래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 p.140 ~141
정노
4.5
이글먼이 말아주는 익숙한 김치찌개의 맛
1234
4.5
이기적인 유전자의 그것과 비슷한 것의 충격과 느낌을 받은 책이 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언가의 막힘을 깨고 부수어 나가는 인지적 충격을 주는 손 꼽히는 책.
만두
읽는 중
우리는 실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인식할 뿐이다. 우리의 관찰력은 놀라울 정도로 한심하다. 게다가 이런 문제에서는 내적인 성찰 능력도 쓸모가 없다.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 전에는 알아차리는 것이 별로 없다. 사람은 자신의 출발점인 무와 자신을 완전히 에워싼 무한을 모두 보지 못한다.
신우재
4.5
필요하고 흥미로운 예시들로 가득찬 뇌과학 자료 사전집과 철학책.
황예린
4.0
[독후감] 나의 회로에 무엇을 각인할지 정하고, 회로에 각인하기 위해 의식을 깨우는 일. 각인되기 전까지 의식을 쏟아부으며 루틴에 목표를 정하고, 수정하며 반복하는 일. 단기적인 의사결정에 맞서기 위해 효과적인 계약과 제약사항을 구상하는 일.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강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일. 결국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의지가 아닌가 싶다. 종양, 호르몬, 유년기 시절의 영향 등으로 나의 의식의 영역이 위협받게 될 수도 있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작용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 파악하고 힘이 닿는 한 의식의 영역을 지키는 쪽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경우도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이것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춰주는 현상의 완화일 뿐 그에 의존하기만 하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의식의 영역도 분명히 함께 노력해야 한다. (상담치료 등 이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받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나아지거나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찰하고, 내가 어떨 때 약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기분이 나아지고 힘을 낼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의식적으로 더 나은 상황을 기본값으로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 아무리 의식이 대부분의 정신활동과 신경계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회로를 그릴지 계속 요청하는 것은 의식의 역할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와 통제를 병행한다면 우리의 뇌는 결국 의지의 말을 따라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사실은 정신의 주인은 의지가 아니었다, 자유의지는 없다, 모든 것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핑계 댈 필요도 없고 책의 저자가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처럼 말했다고 해서 불쾌해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극복하고 나아지고자 하는 강한 의지. 정확한 원인 파악과 조치.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꾸준함. 그뿐이다. “그렇다면 그대 자신을 알고, 하나님이 훑어볼 것이라 가정하지 말라. 인류에 대한 진정한 연구는 인간의 것이다.” - 알렉산더 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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