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용감한 시민
평균 2.3
2023년 10월 27일에 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피해자를 향한 동정도, 가해자를 향한 증오도 아닌, 고작 몇 발짝이라도 나아가겠다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세상에는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 그 선이 너희들한테는 짓밟고 놀 만큼 하찮은 거였어?” 이 영화가 생각보다 재밌었던 건, 불의가 끊기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정의로워지기는커녕 점점 스스로와 나태한 타협을 하며 그저 방관하거나 아예 모른 체하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영화에 투영돼있어서이다. ‘저 상황에서의 나였다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라는 무기력함과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있는 방관자들의 모습이 나를 더 씁쓸하게 만들었다. “넌 눈동자가 너무 영롱해. 불의를 보고 참을 만한 눈이야. 진짜 정의는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거야.” 시민은 이루려는 바가 있었음에도 그것에 매달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에겐 현실과 타협하며 꿈으로부터 도망친 과오가 있었으니까. 도망치면,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도망치려 하지 않는 진형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자신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의 ‘앞으로’를 응원해준다. 그건, 어쩌면 대단한 일이 아니라, 소시민으로서 당연히 ‘지금도 어디선가 힘들어 하고 있는 자들에게’ 취해야 하는 우리들의 태도였다. “제가 왜 그만둬요. 잘못한 놈이 처벌받는 거잖아요.” [이 영화의 명장면 📽️] 1. 폭력이 아닌 참교육 진작에 이런 해소가 필요했다. 관객들은 악적인 존재가 저토록 기고만장해 있는 꼴을 봐주기 힘들어 한다. 갈증이 점차 두꺼워지던 찰나, 여기 고양이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참교육에 나서는 참교사가 등장한다. 미운 인물이 몇 대 쥐어 터지는데, 꽉 막힌 변기가 뻥 뚫리는 듯한 청량감이 들었다. “너 뭐냐?” “야옹~” 2. 링 위에서 소시민은 그제서야 가면을 벗는다. 누구든지 이 가면을 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그녀는 봐주지 않는다. 누군가를 힘들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어서. 세상이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던 자의 최후는 얼굴에 생긴 피멍과도 같았다. 고통스럽고, 흉측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나지만 어둠은 그렇디 못 한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만 같던 장면. 통쾌함은 물론이며, 우리가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도 말해준다. “잘 봐, 너가 누구한테 무릎 꿇는지 똑똑히 보여줄 거니까.” 진형은 가해자의 사과따위가 필요했던 게 아니다 그저 모두에게 패배한 그의 모습이, 모든 걸 가졌다고 착각한 그가 모든 걸 잃는 모습이 필요했을 뿐이다 “사과따윈 필요없어. 넌 이미 모두에게 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