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ndance

즐거운 인생
평균 3.5
기본적으로 잘 찍는 감독의 영화라는 인상과 함께, 그럼에도 아직 덜 여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공존한다. * 구체적으로 인상적인 순간들. 엘렌 어머니 집에서의 파티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엘렌-피에르의 대화 숏들. 싸늘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시선의 어긋남/숏의 분리. 오프닝에서 이미 보여준 사고가 영화에서 벌어지기 직전 카메라는 마치 도망가듯, 혹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감인듯 빠른 속도로 달아나더니 하늘을 찍는다. 병원 안에서 2~3명의 인물을 잡는 구도. (서로 다른 방향의 시선) * 일반적으로 오프닝에서 어떤 사건을 보여주고 플래시백으로 돌아가는 구조의 작품들은 '오프닝의 사건'이 엔딩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당장 떠오르는 건 존 부어만의 <제네럴>), <즐거운 인생>은 독특하게도 사고 장면 이후에도 영화의 1/3 은 남아 있다. 정서적으로 보았을 땐 이 남은 1/3 지점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고, 앞 부분은 그것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이라고 봐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 1시간 29분이라는 러닝타임 내에는 한 남자의 인생의 회한을 담기가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 단지 러닝타임 때문은 아니겠지만 후반부의 "사랑을 깨닫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라는 상황이 주는 깊은 회한과 안타까움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편지를 찢는 부인의 동작. * 한글 제목 <즐거운 인생> 에 대한 생각. 원제는 The Things of Life, 직역하면 인생의 일들 정도가 될 텐데 이걸 굳이 '즐거운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의역한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를 본 관객 중 이 남자의 인생에 대해 참 즐거운 인생이다 라고 생각할 관객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굳이 따지면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뒤늦게 사랑을 깨닫은 자의 후회에 대한 역설적 표현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