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환

나폴레옹
평균 2.9
유려하지 못한 편집과 톤의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나머지, 영화 자체가 어떠한 목적도 의미도 없게 느껴질 정도로 길을 잃어버렸다는 의미에서 혼란스럽다. 영화 보는 내내 뭐가 왜 이렇게 '짜친다(?)'고 해야할까 . 스포 x . 이 영화는 ‘글래디에이터’의 장엄함이나 진지함을 그리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영화 속 모든 인물이 귀족의 옷을 입고 있어도, 우아한 귀풍의 클래식이 영화 내내 깔려도 단 한순간도 고급 진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요. 영화는 무거운 무게감을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여기까지는 알겠습니다. 의도적인 가벼움을 이해했습니다만, 왜 자꾸 영화가 이렇게까지 우스울까요. 문제는 인물과 시대를 가벼이 표현한다고 해서 영화까지 별 볼품없이 느껴지는 것까지는 영화가 의도한 게 아닐 테니까요. 영화의 질감, 톤은 전체적으로 화려함이라는 색감을 제외했습니다. 그러나 단조로운 연출이 이 모든 것들이 굉장히 저렴하게 느껴지게 만든 것 같이 느껴집니다. 다 동의할 순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스크린의 질감이 아니라 아무리 봐도 이건 TV 드라마의 질감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판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애초에 이런 선택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전혀 예상을 못했지만, 어이없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유머가 많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군인 중 한 명인 나폴레옹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우스꽝스럽게 만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것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진지하게 그려낸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참 우습게도 느껴집니다. 인물부터 연출까지. 이게 의문입니다. 몇몇은 참 의도적인 것은 알겠지만, 왜 다른 것들마저 짜치는(?)걸까. 어설픈 것도 아니고, 저예산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느껴지는 걸까? 호아킨 피닉스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 이어서 나폴레옹 역시 두려움에 떠는 인물로 연기합니다. 거기에 소인배적인 요소까지 덧붙인 “보” 버전이랄까. 여전히 한 여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남자인 것도 그렇고요. 그런 요소가 있더라도 완전한 블랙 코미디 영화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로맨스에 더 가깝달까. 3번의 대규모 전쟁 씬은 제법 큰 볼 거리였고, 몇몇 디테일들이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계속 생각날 것처럼 인상적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유일하게 진중한 이 전쟁 씬들은 영화의 나머지 러닝타임에 비해 다소 어울리지 못하는 분위기를 지녔습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나폴레옹의 전쟁보다도 아내 조세핀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거든요. 영화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요약해서,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진지한 톤을 없앤 것. 그럼에도 아주 열정적이고 진지하게 그려낸 에너지 넘치는 전투. 그렇지만, 정작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관계입니다. 그러나 그 둘의 서사와 감정선은 너무도 평면적입니다. 보이스 오버로 나지막이 전달하는 서로의 대사도 와닿지 않고 허공을 맴돕니다. 가뜩이나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의 웃음거리에 집중한 영화가 코미디적인 요소를 더 짙게 가져갔더라면 모르지만, 대체 뭘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은 지를 알 수 없는 탓에 결국은 마치 영화가 나폴레옹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톤의 선택과 집중을 실패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전기적인 부분을 다루겠다고 했다지만, 공들인 전쟁 장면은 정작 나폴레옹이란 인물의 부각보다는 전쟁의 오락적인 스케일에 집중할 뿐입니다. 전쟁 외의 영화가 다루는 나폴레옹은 그의 위엄과 카리스마를 빼앗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어떤 삶(전략, 법전, 정책, 혹은 콤플렉스 등)을 대부분 제외하고 선택한 것이 자신의 아들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신음을 내는 나폴레옹을 만들겠다면, 차라리 로맨스나 코미디에 집중을 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울보 나폴레옹이 더욱 돋보이지만, 지도자로서, 군인으로서의 나폴레옹의 위엄을 전혀 무시하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그러나 영화 속 전쟁은 나폴레옹의 권력의 흥망성쇠를 짚기 위한 중요한 지점으로서 역할을 한다지만, 이 전쟁광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아간 이유가 단순한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이 아님을 그 무엇도 뒷받침해 주지 못합니다. 감정선도 제대로 연출하지 못하고, 인물의 깊이마저 제대로 파고들지 못한 채 전쟁 씬만이 유일하게 생동감이 느껴지는 건, 나폴레옹이 전쟁할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인물이어서일까요? 저에겐 그냥 전쟁 씬에만 연출을 더 신경을 쓴 것처럼 느껴지네요. 영화 속 요소들이 서로가 서로를 연결해 주지 못하는 거죠. 여러 방면으로 무색무취의 톤을 지닌 영화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영화가 참 단조로운데 한편으로는 이상하리만치 혼란스럽습니다. 그것이 많은 것을 다루기 때문인가? 오히려 보고 나면 뭐가 많이 남아있지도 않습니다. 절대로 과함에서 나오는 혼란스러움이 아닙니다. 이건 영화 자체가 어떠한 목적도 의미도 없게 느껴질 정도로 길을 잃어버렸다는 의미에서의 혼란입니다. 완성본, 원본이 얼마나 길 지는 모르겠지만 극장 개봉용 영화보다는 훨씬 괜찮을 겁니다. 당연하게도요. 그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사실, 그래봤자 얼마큼 좋아질 지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 괜찮은 부분들이 많이 있긴 하거든요. 호아킨 피닉스와 바네사 커비는 여전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저는 바네사 커비의 연기가 더 좋았습니다), 리들리 스콧은 역시 좋은 전쟁신 연출을 선보였던 것들처럼요. (준수하다는 의미이지 저에겐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냥 이 영화는 차라리 티비 시리즈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이 전투 장면을 위해 반드시 극장에서 관람을 해야 할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특별히, 나중에 감독판이 풀린다면 집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일 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