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일

지옥의 경비원
평균 3.0
아무리 봐도 이 회사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건물로 느껴지지 않는다. 롱 숏에 담기는 회사 건물의 모습은 야밤의 어스름한 정서를 광적으로 머금으며, 매 순간마다 행흉의 경고를 전한다. 그곳에는 사람을 죽이는 한 경비원이 산다. 줄곧 잊히고 싶지 않다는 말을 되뇌며, 회사 내부의 곳곳을ㅡ마치 악마처럼ㅡ누빈다. 잊히고 싶지 않다. 어쩌면 전직 스모 선수였던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는 걸까. 사회에서 타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부분 귀로 듣고 눈으로 읽는 정보로 행해지며, '직접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섣부른 취사선택을 가미한다. 그는 왜 스스로 지옥의 경비원이 되기를 자처했을까. 결국 세대는 잊혀 간다는 시간의 개념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다. 자신이 잊힐 바에는 차라리 자신을 잊어가는 이들을 죽이겠다는 결론. 세기말의 무드에 걸맞은 기요시의 야심. 사실 기요시의 (거의) 모든 세계는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옥의 경비원>은 그의 걸작 <큐어>와도 유사한 주제의식을 공유하는, 사실상 기요시의 시대적 정신이 맞닿아 있는 세계관이다. 사회라는 지옥, 무관심이라는 질병, 세기말이라는 불안감. <지옥의 경비원>은 <큐어>로 향하기 직전에 위치한 기요시의 영화적 여정이다. 예술을 괄시하고 핍박하는 사회에 대한 기요시의 개인적인 담론 내지 불만이 표출되는 것 또한 흥미롭다. 샤갈과 세잔의 위대함을 모르는 직장 상사의ㅡ가장 잔혹한ㅡ최후, 끝내 세잔의 그림을 매입한 회사. <지옥의 경비원>은 B급으로 위장한 기요시의 단상 모음집이다. 어쨌든 그는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예술가의 기질을 지녔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