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김현승

김현승

6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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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책 ・ 2018

평균 3.6

시인은 사랑을 '공유'로 본다. 책의 첫 시인 '선잠'에는 '서로의 섣부름', '같은 음식을 먹는', '우리 같이' 등의 시구가 나온다. 그 이후에 나오는 '발을 건들이고', '노래를 부르고', '새 녘을 바라보는' 구절도 '당신'이란 말은 없지만 결국 전부 당신과 함께한 행동이다. 다른 시에서도 당신과 통닭을 먹거나 당신과 하늘을 본다 등의 시구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경험의 공유가 시인에게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 에밀 슈타이거의 '시학의 근본 개념'에는 서정의 근본 형식이 회상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 주체와 객체 사이의 거리 소멸, 즉 감정적 융화가 시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시인은 당신과 떨어져 있지만 항상 함께한다. 인간이 계속해서 뒤를 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도 낯익은 곳에 가면 언제나 같은 공간을 즐길 수 있다. / 시간과 공간은 이 책에 집적적으로 서술된다. '이승이라면 다시 찾아오지 않을 이곳은 공간보다는 시간 같은 것이었고 / 무엇을 기다리는 일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추억의 힘으로 무의미해진다. 계절의 활용은 이러한 관점을 잘 담고 있다. 보통의 시는 계절을 활용할 때 각 계절의 특성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겨울은 앙상하게, 봄은 생동감 넘치게, 가을은 쓸쓸하게.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가을은 낙엽과 추수로, 겨울은 눈이라는 공간으로 치환될 뿐이다. 물론 읽는 이가 스스로 계절의 색을 입혀 읽을 수는 있다. 시는 언제나 독자에게 일정 부분 여유공간을 남겨놓기 때문이다. / '이름이 왜 수영이에요? 왜 수영인 것이에요? 제가 수영이라는 사람을 오래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수영이가, 수영이가 그쪽 이름이 아니면 안 될까요?' / 군대에서 읽은 책 (04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