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1.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은 단순히 선악으로 환원될 수 없는 오묘한 지점에 대해 말하고자 노력하는 소설이다. 사비로 큰 돈 써가며 길고양이를 구조하지만 동시에 재개발 호재를 누리는 부동산업자로서의 '너' 에게 호감과 경멸을 동시에 느끼는 '나'는 끝까지 '너'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데,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속물성이야말로 이 소설의 존재 의의라 말해도 무방하리라. 누구에게나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그 안에서 나름의 선을 구축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설 속 '나'가 끝끝내 '너'를 관찰만 하다가 그대로 퇴장해버리는 결말에 이르러 소설 전반의 머뭇거림이 끌어낼 수 있었던 문제의식이 좀 빛바랜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더 밀고나가지 않아 간편한 소설이 돼버렸다. 2. 장류진의 「펀펀 페스티벌」은 인물을 조형하는 작가의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케이스다. 이찬휘의 뻔뻔함에 치를 떨면서도 동시에 저런 '주인공스러움'을 갖추지 못한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나'의 모습에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는 내 '쪼'대로 2절부터 부르기 시작했다는 마지막 문장까지 잔잔하게 와닿았다. 역시 좋았음. 3. 사실 이 소설 때문에 별점을 많이 깎았다. 내가 한정현 소설가 스타일을 잘 이해못하는 걸 수도 있는데, 왜 이런 식으로 쓰는지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문청'들이나 공감할 법한 코드를 끌어다가 그 위에 길거리 좌판처럼 온갖 문제의식을 되는 대로 깔아놓기 바쁘다. 서사에 유기성이랄 게 없고, 클리셰 범벅인데 조효원 평론가는 인터뷰에서 어쩜 그렇게 산적한 문제점들을 외면한 채 장점만 늘어 놓는 건지. 내가 뭘 놓친건가 싶어 다시 읽었는데 시간만 아까웠다. 한 계절에 발표되는 단편이 몇 갠데.. 정말 이 소설이 탑 쓰리인걸까? 요새 문예지 열심히 안 봐서 딴죽은 못 걸겠지만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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