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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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찬
star4.5
1. #1. 일본 / 치토세선 오타루행 열차 내부 / 낮 화면 블랙 상태로 기차 소리 다가온다. 화면 서서히 밝아지면, 열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열차가 눈 쌓인 마을을 지나고, 마을과 인접한 바다를 지난다. 오랫동안 창밖 풍경이 보인다. 그 위로 오프닝 크레디트 오른다.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본 건 처음이었다. 사실 그동안은 왜 시나리오를 읽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영화를 한 번 더 보지 왜? 근데 책을 집어들고 이 첫 씬을 읽는데 시나리오를 읽는 일과 영화를 보는 건 다르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여기엔 영화 없이 영화를 그려보는 이의 마음이 있었다. 화면 없이 화면을 상상하고, 그 위에 덧입혀질 기차와 소리, 마을과 바다를 그려보던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책을 사들었다. 여름의 초입에 겨울을 손에 들고 오던 지하철을 기억한다. 2.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쥰의 대사가 있다. 임대형 감독이 뒤에 실린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한 이 대사를 읽는데 손끝이 멈췄다. 놀랐고 슬펐다. 자길 만나고 싶다는 새봄의 말을 마사코에게서 전해 들은 쥰. 마사코 (쥰을 그윽한 눈으로 보며) 귀엽게 생겼더라. 쥰 (사이) 지 엄마 어렸을 때 닮았으면 예쁘겠지.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겠지. 윤희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새봄 같았구나 윤희도. 이 대사가 편집된 이유는 알겠지만, 그래도 시나리오에 숨어있어줘서 고마웠다. 여기에라도 윤희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자명하고 소중하게 이야기해주는 말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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