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sherKino
4.5

우게츠 이야기
영화 ・ 1953
평균 3.9
놀랍다. 환상성이 가미된 민초들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때로는 장엄하게 펼쳐진다. 인상적인 것은 카메라가 멈춰서서 인물을 담아내는 순간이다. ● 도자기 장인 겐주로는 전란의 혼란한 틈을 타 장사로 큰 돈을 벌고자 하지만 물욕와 색욕에 현혹되어 백일몽을 경험한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바로 그곳에서 재회한 아내!!! 극도로 반기는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는 순간! 눈물을 처연하게 흘리는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 고생끝에 단잠을 자고 일어난 도자기 장인 겐주로는 마을사람으로부터 아내는 패전한 사무라이의 창에 죽음을 당했으며 당신의 아들은 자신이 돌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난 밤 보았던 그토록 그리던 아내가 사실은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라니!! 야외자연광을 한껏 안은 겐주로의 모습과 허공을 향해 껴앉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겐주로의 동작을 컷! 하며 후일담을 펼친다. ● 이러한 순간들이 몇 몇 곳에 배치될 때 나는 나의 심장소리를 듣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토록 슬프고도 슬픈 이야기를 클로즈업과 몹씬, 그리고 크레인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물결치듯 풍경 속 인물을 담아내는 미조구치 겐지는 마치 춤을 추듯 자신의 세계를 그려낸다. ● 씨네21에 이 작품에 대한 인상비평이 있는데 내가 경험한 영화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글을 발췌한다. "16세기의 슬픈 귀신 이야기를 소재로 취한 형식. 치장에 공을 많이 들임으로써 더욱 탐미주의에 빠진 미조구치 후기작의 특징을 보여주지만 그 공들인 형식은 여하튼 미조구치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농부와 사무라이가 되려고 하는 농부의 대조적인 삶을 따라가면서 영화는 이들의 욕망과 혼란스런 사회를 병렬시키는 그 유명한 원신 원컷 기법(한 화면이 한 장면을 이루는 길게 찍기)으로 일관한다. 미조구치의 카메라는 좀처럼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관조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는 미조구치의 카메라는 장 르누아르나 오슨 웰스 영화가 보여준 길게 찍기 스타일의 기하학적인 설계도면 같은 정교함보다는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관조의 태도를 이뤄낸다. 영화 내용이 담고 있는 가혹한 삶의 질서와 맞물려 미조구치의 관조적이고 유미적인 스타일은 화면과 대상 사이에 엄정한 거리를 만들어내며 그만큼 슬픔도 자아낸다. 구로사와의 역동적인 스타일이 전후 일본영화의 새로운 기운을 담는 것이었다면 미조구치의 관조적인 스타일은 일본인들에게 근대 이전까지 체화돼 있던 미의식과 삶의 방식을 현대적인 매체인 영화로 재구성해 보여줬다. - 씨네21 2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