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love n p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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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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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아이. 제인

영화 ・ 1997

평균 3.3

이 영화는 3세대 페미니즘이 대중문화의 시작에 있기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여자가 남자와 똑같이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남성과 같은 동등한 주체로 위치시키는 것 말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능력과 상관없이 특정 보직에서 제외되고, 승진할 수 없으며, 자연스럽게 유리천장을 겪는 것을 넘어서려는 3세대 페미니즘이 대중문화로 전진한 것이다. 게다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어리언>, 특히나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페미니즘의 클리쉐를 파격적으로 넘어서 90년대 페미니즘의 최전선에 있었던 작품을 만들며 여성권리를 지지해왔던 감독 아닌가. 어떻게 <지.아이.제인>을 여성을 억압하는 영화로 분석할 수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지.아이.제인>은 힐러리식의 남성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이 설파하는 기괴한 페미니즘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들이 여성을 수동적으로 묘사하고, 약자화 시키는 것을 넘어섬으로써 전통적인 성역할을 타파하며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주체다라 말하는 작품인데도 말이다. ㅡ 어떻게 한국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은 페미니즘 투쟁사를 이렇게 깡그리 무시할 수가 있나. 2차대전에 투입된 유럽여성들은 전후, "여자도 남자처럼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자각하고 한발 더 나아서 2세대 페미니즘을 이끌어내었다. 머리를 올려 싸매고, 팔을 걷어부친 여성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구호와 제스쳐가 담긴 포스터는 2차 대전 이후 2세대 페미니즘을 상징한다. 때문에 여성에 대한 권리가 상대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독일이나 북유럽에서는 여성 배관공, 전기공 등 현장직에 진출하여 커리어를 쌓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여성들이 남성들과 같은 주체가 되기로 스스로 자각을 한데에 이어 남성중심적인 사회는 여성을 동등한 주체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환상을 갖고 있는 유럽의 성차별 문제는 놀랍게도 사무직에서의 성차별은 한국보다 심각하다. 반대로 사무직 대비 현장직에서의 성차별과 임금격차는 가히 대조적으로 적다. ㅡ "여성은 약하니까 할 수 없어"라고 전통적인 성역할을 부여하고, 약자화 시키는 여성보호주의, 성엄숙주의야 말로 페미니즘의 적이다. 오히려 여성을 남성과 똑같은 주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능력을 부정하며 여성을 무력한 존재로 만드는 당신들이야말로 여성의 권리를 짓뭉개고 있다. 여성을 피해자로만 한정짓는 당신들께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이해는 하고 있을까. ㅡ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니 후방으로 빠져 밥이나 하고, 전투복 미싱질이나 하라던 스페인 내전의 남성 아나키스트들에게 "너희들 자지나 떼고 후방으로 빠져라.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위해 여기에 섰고, 저 파시스트들과 싸우다 최전선에서 죽을 것이다"라며 여성이 동등한 주체임을 외치며 스러져간 외친 스페인 내전의 여성 아나키스트들을 기억해야할 것 아닌가. 다겐하임의 여성노동자들이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남성과 똑같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임금차별과 탄압, 조롱을 받아가며 쟁취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다. 당신이 페미니스트라면 여성권리를 위해 싸워온 페미니스트들의 페미니즘 투쟁사라도 기억해야할 것 아닌가. ㅡ 나 역시 여성이 남성과 같이 동등한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세계를 믿고, 여성혐오에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지만, 오늘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는 폭력영화들을 막연히 보이콧하고, 여성혐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론이나 역사적, 문화적 맥락도 없이 무작정 영화를 비난하는 왓챠의 편향된 코멘트들을 보면 토가 나올지경이다. 여성혐오자들에 대해서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당신들 또한 페미니즘을 왜곡하고 여성을 약자화시키며 여성보호주의로 하여금 마초이즘에 부역하는 사람들 아닌가. ㅡ 데미무어가 머리를 밀며 미소짓는 걸 보고 단지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되려한다며 마초이즘과 비교하려든다면 여성을 단지 보호 받아야만 하는 대상으로 규정하는 여성보호주의, 마초이즘에 부역하는 당신에게 나는 유감을 표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은 "당신같은 계집은 집이나 보라"가 아니라 "내가 벌어다 줄테니 집안 일과 아이를 부탁해"라고 나긋하게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속내를 여기서 이렇게 드러내는 것 아닌가? 유리천장이 아니라 박스 안에 갇혀 집이나 보는 애완동물이 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 곡해한다면 다시 한번 유감이다. ㅡ 여성을 수동적으로 묘사하고, 약자화 시키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Always'에서 내놓은 #LikeAGirl 캠페인을 통해 여성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편견에서 벗어나길 권하지만.. 스스로 한명의 노동자고, 주체적인 인간이길 거부한다면, 당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온통 분홍색으로 칠해진 '가부장제', '젠더롤'이라는 박스 안에 들어가 남성이 벌어다주는 부의 일부를 누리면서 쇼핑 계획이나 세우는 것뿐. ㅡ 이 모든 싸움에서 결국 구원은 당신 스스로 밖에 할 수 없다. 당신이 주체적이지 않고 어떤 것에 기댄다면, 당신은 결국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