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보더라인
평균 2.0
'보더라인'은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작가가 서서히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 영화다. 안나 알피에리가 주연, 각본, 감독에 제작까지 한 이 영화는 아마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일기장에 적어도 부끄러울 수준의 글을 자랑스럽게 출판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의 연출 스타일부터 일단 보자. 웬만한 유튜브 편집자들도 혀를 내두를 수준으로 하드컷과 점프컷이 잦은 이 영화는 거의 몽타주 시퀀스들로 대부분 이루어진 수준이다. 좋은 기법을 과용해버려서 제대로 된 감정 전달이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그냥 파편화된 감성만 주는 것이다. 여기에 영화의 카메라워크는 핸드헬드에 다양한 더치앵글로 찍기도 하며, 뮤직비디오나 CF의 한 부분으로 쓸만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런 걸 영화 내내 쓰다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시각적으로도 지친다. 굳이 이를 변호하자면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가 반영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혼란함을 관객이 몰입하거나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 던지는 것 같았다. 몽타주들 사이는 주인공의 독백이나 인물들의 대화 씬들로 이뤄져있는데, 독백들은 지독히 거만하고 현학적이고 자위적이며, 대화들은 그냥 잘 못 쓴 대사들로 이뤄져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수준 이하라는 점도 한몫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얼마나 자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에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든 것이면 자기 연민이 지나친 것이고, 창작이면 자아도취가 지나치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둘 다인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