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크래프톤웨이 여러모로 올해 읽은(음 몇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책 중 가장 인상적인 책. 단순히 재미있다, 유용하다 이런 걸 떠나 읽는 내내 머릿속을 헤집어놔서 괴로우면서 재미있었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로또 비즈니스라 불리는 콘텐츠업 종사자로서, 왕년의 IT바닥 전략쟁이로서, 그리고 원고를 기획하고 책을 만드는 업자로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기 보다는 좀 혼란했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이 책의 '기획의도'였다. 업자들이라면 보통 (뭐라부르든) 기획회의를 할테고, 그 때 그 이야기를 왜 하려하는지 기획의도를 가다듬을테다. 근데 이 원고는 사실 그게 잘 읽히지 않았다. 왜 이 책을 냈지? 이 내용은 왜 들어갔지? 왜 어떤 내용은 빠져있지? 왜 이 순서로 엮었지? 이건 누구 보라고 하는거지? 보고 어떠라고 기획된거지? 이런 것들. 그 의도는 결국 '주인공'에 대한 문제가 된다. 초반에는 장병규 의장이 주인공인 것처럼 시작한다. 그러다가 김강석 전 대표가 투톱 격으로 조인하는 느낌. 근데 이게 약간 빌런 서사인거다. 이 책의 저자이자 사관인 이기문 기자는 장병규 대표의 꼰대미(?)를 정성스럽게 재현해낸다. 회식빌런, 근태빌런, 연설빌런, 노오력빌런 등 MZ가 극혐할 요소를 켜켜이 쌓아올린다. 분량은 서사와, 서사는 감정과 상관한다. 크래프톤은 초 디테일한 내부 문건을 전부 깠고, 이기문 기자는 (아마 혼란한 마음으로) 이를 엮어냈고, 빌런들에게 상당한 분량과 서사를 주었다. 장병규 김강석 빌런즈는 악의 없이 나름 진심을 다했고, 실패에 괴로워했다. 심지어 술 강권하는 것도 나름 진심이었다. 그러니 독자도 덩달아 괴로울 수 밖에, 각자의 빌런을 떠올리면서. 그러다 김창한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장병규&김강석 빌런들의 고구마에 힘들어하던 독자들은 이미 저 이름을 (유퀴즈에서도 봤고) 알고있다. 그리고 배그의 거대한 성공도 알고 있다. 솔직히 크래프톤을 사실상 배그 원툴로 인지하는 독자들은 드디어 언더독 출신의 구세주가 등장하는구나 하며 사이다를 한사발 원샷한다. 그리고 그 사이다는 기대에 보란듯이 부응한다. 끝끝내 게임업이라는 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것처럼 그려지는) 빌런즈와 김창한은 계속해서 대비된다. 게임업에 프로세스와 자본플레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빌런즈는 나름 비즈니스적으로 합리적인 전략을 편거였지만, 그닥 (서사상)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배그 역시 그 전략의 산출물이긴 했지만, 그 공은 오롯이 김창한이 가져간다. 정확히는 작가가 김창한에게 준다. 김창한 대표와 배그 팀은 크리에이티브의 화신인 것처럼 그려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간지나는 철학, 경영진과의 싸움도 불사하는 곤조, 그리고 (자세히 기술하지 않아 오히려 상상하게 하는) 실행과 거대한 성공까지. 그래서 첨에는 이 책의 기획의도가 '(구세력) 장병규를 빌런화해서 크래프톤의 얼굴 김창한에게 히어로 서사를 부여한다'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장병규 대표는 막 그 술 말아서 맥이는 것까지 필요 이상으로 구구절절하게 나오는데 김창한 대표는 슬쩍슬쩍 간지만 챙기는 식으로 편집되어있다. 솔직히 김창한 대표가 종반부에 크리에이티브를 명문화하는 것이 장병규 의장이 메일 구구절절 쓰는거랑 근본적으로는 다를바 없지만, 그 서사의 후광을 입은 독자는 그 문장들에 스스로 힘을 부여하게 되는 것. 무슨 소설 읽은 것같은 리뷰만 잔뜩 써놓았는데, 이 책은 통상적인 경영서랑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게 제3자인 이기문 기자가 에디터이자 작가였기 때문에 의도했든 아니든 스토리텔링으로 읽히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 쓴다는건 애초에 불가한 개념이다. 인물의 입출입, 씬의 선택과 구성 등은 의도와 의지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게 없었다면 걍 나이브한 기획이었던 거고. 기술적으로 아주 잘 기획된, 혹은 아주 잘 쓴 책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1) 핫한 회사/사업의 2) 투박하지만 아주 날것의 3) (쓸데없이) 아주 디테일한 팩트로 구성된 4) (의도치 않았을지 몰라도) 어그로 가득한 캐릭터 쇼라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이런 콘텐츠는 대안이 없어서 특별하다. 읽는데 괴로움은 가득하지만, 이런 것이 콘텐츠지. + 장병규 의장은 전부터 얘긴 많이 들었지만 여러모로 남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알 소신있는 꼰대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김성근 감독 같은 느낌. 자신의 치부(?)아닌 치부까지 드러내는 이런 프로젝트를 허용한 것도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챕터마다 눈물겨운 코멘트..를 열심히 한 것도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럽다. ... but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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