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4.5

도어락
영화 ・ 2018
평균 2.9
내용은 불편하다. 피해를 당하는 여성, 범인으로 몰리는 여러 남성들. 피해자는 영원히 그 고통을 잊지 못하고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살게 될지도 모르는데,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다수의 주변인들. 부분부분이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나는 이 흐름이 절대 남일처럼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대상은 여성이지만 나에게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도 무서워진다. 오랜만에 좋은 스릴러가 탄생한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장 잘 살려낸 부분은 바로 인물들의 감정선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과할 정도로 사람을 의심하는 여주인공, 그녀는 한 순간도 두려워하는 감정을 잃지 않고 일관되게 행동한다.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녀의 조력자, 크게 잘못된 방식으로 구애를 하는 살인자, 처음엔 의심을 했다가 되레 미안한 감정이 들어 더욱 잘해주는 형사의 섬세한 감정까지. 이렇게 감정선이 확실하면 몰입이 훨씬 수월하고, 특히나 이런 장르에서는 인물들과의 공감대가 뚜렷해야 긴장감이 더 잘 와닿기 마련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잠입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관객은 순식간에 주인공에게 몰입해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숨죽이며 구석에 숨어있을 땐, 우리 또한 괜히 숨을 참게 되고, 범인에게 잡히지 않기를 기도한다. 범인이 "여기서 뭐 해."라고 나긋하게 뱉었을 땐 소름이 쫙 돋았다. 범인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영화의 분위기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2. 통화 당분간 다수의 자취생들은 이 영화를 보고 조심스럽게 침대 밑이나 옷장 속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의 영향력은 크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하게 만든다. 어쨌든 범인의 치밀한 범행 수법이 담긴 이 장면은 영상통화로 주인공의 친구의 집에 숨어있는 범인이 실시간으로 그녀에게 전달되는데 너무 무서웠다. 물불 가리지 않고 친구를 구하러가던 공효진의 간절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여성이 비명으로 지옥 같았던 악몽이 끝이 난다. 그녀의 비명소리는 여태껏 겪은 괴로웠던 순간으로부터 벗어난다는 통쾌함이 담겼다기보다는, 억울함이 섞인 소리였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제일 힘든 자기 자신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억울했던 건 아닐까. 피해자의 안위따위엔 아무 관심도 없는 방관자들을 향한 경고의 메세지는 아니었을까. 무섭고 재밌게 잘 만든 훌륭한 영화지만 영화가 끝난 후 몰려오는 씁쓸한 느낌은 이렇게나 차가운 현실에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불편한 사실들이 담긴 영화지만 뒷맛은 좋고, 시간이 많이 흘러도 고칠 수 없는 그 때의 트라우마를 잡은 마지막 엔딩도 여운이 남고 참 좋았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밌게 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