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손건웅

손건웅

2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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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우물

영화 ・ 2023

평균 3.3

노동운동, 농민운동, 여성운동 안 한게 없는 안순애님의 삶은 영웅적 서사로 남겨질만 하다. 하지만 그가 영웅됨을 한사코 거부함에 따라 그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남았고 이는 우리네 운동의 역사가 영웅서사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를 통해 영웅이 소시민이 되었고, 소시민이 영웅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이 시대에 숨겨진 영웅이라고 생각하나 그를 영웅으로 받들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왜냐하면 운동의 역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여성의 역사를 더 들여다보고 알리라고 그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안순애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골고루 담고 있다. 각 개인의 이야기를 더 깊이 알 수 없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앞으로 감독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길 당부하고 싶다. 영화에선가 GV에선가 안순애님에게 운동의 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정의나 평화라는 거창한 꿈을 답하는 게 아니라 "그냥" , "선택에 뒤따르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두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번째로는 우리는 정의와 평화를 말만하고 최종적으로는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회의 변화의 가능성은 엄청난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 선택이며 아직 우리 모두는 살 날이 남았기에 지금부터라도 (말만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선택해버린다면 안순애님이 한 것처럼 조금 더 정의와 평화로운 세상에 가까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의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안순애님같은 우리들이라는 점에서 한사람 한사람의 선택이 소중한데, 이 영화를 통해 안순애님처럼 그냥 선택하는 우리들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님 PD님 그리고 영화에 나온 주인공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