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샌드

샌드

10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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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독

영화 ・ 2024

평균 3.6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을 곧 앞둔 시기, 고비사막 부근의 허물어 가는 한 작은 마을로 출소를 마치고 오랜만에 돌아온 한 남자와 마을의 한 폐건물 속에 있다 우연히 만나게 된 검은 떠돌이 들개 한마리의 이야기를 통해 빠른 경제발전 이면에서 소외된 공간, 사람, 동물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들개와 사막, 바이크와 록 스타, 폭력과 사냥, 뱀과 호랑이 등 소재부터 연출 태도까지 모든 면에서 마초적인 매력이 가득해 역동적이며 강렬한 인상이 남습니다. 대신 그와 정반대로 촬영에 있어선 무엇보다도 세심하고 깔끔하게 찍어 두 가지의 상반된 지점으로 영화에 독특한 느낌을 만듭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제겐 그렇게 느껴졌는데 특히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워낙 인상적이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사막과 들개로 압도적인 장면을 멀리서 찍은 첫 장면에서부터 대상을 가까이서 잡은 엔딩 장면까지 의도를 담아 하나같이 공들여 찍었고, 그 결과물이 대단히 좋다는 게 무척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 결국 이 작품에서 가장 공들여 찍기도 했고, 중요하게 보이는 건 마치 세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공간과 인물과 동물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공간은 사막을 포함한 자연과 재개발 예정인 마을입니다. 영화는 멀리서 찍는 기법으로 오히려 그 속을 들여다보는 상반된 느낌을 주는 인상적인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가 가진 까끌거리는 회색빛 톤의 건조한 느낌을 바탕으로 사라져 가는 마을과 역동적인 움직임이 넘치는 사막을 한 화면에 같으면서도 다르게 집어 넣어 묘한 느낌을 만듭니다. 영화가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시청각을 압도하는 오프닝을 보여준 다음 그 속에서 주인공을 하나 골라 영화를 진행하는 식인데, 나중에 가선 어느 정도 나오긴 하지만 오랫동안 감옥에 있다 출소했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지고 이 인물의 과거보다는 지금 하는 행동에 모든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데, 선과 악이 동시에 있는 입체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라 그 속으로 쭉 빨려 들어갑니다. 그렇게 인물의 짧은 삶을 보고 난 마지막 장면에 가면 다른 영화지만 비슷한 의미에서 <퍼펙트 데이즈>의 엔딩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 공간과 인물뿐 아니라 동물을 그려내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이걸 어떻게 한 마리의 동물도 다치지 않고 찍었을 수 있었나 싶기도 할 만큼 좀 과격한데, 이 영화처럼 동물의 처지를 사람과 똑같이 그려낸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드문 매력이였습니다. 버려진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사람과 동물이 독특하게 묶여 장관을 만들기도 하고, 들개만이 아니라 뱀, 양, 호랑이, 늑대, 토끼, 고양이, 원숭이 등 온갖 동물이 흡사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착실히 좋은 촬영을 통해 쌓인 모든 이미지가 딱 하나가 되는 순간이 바로 영화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개기일식입니다. 특히 해와 달이 겹치는 장면은 랑과 검은 개를 일치시키는 장면이기도 할텐데, 이 영화가 동물도 사람도 이 곳에선 똑같다는 의도를 처음부터 보이고 있으니 내내 담아온 의미가 빛나는 장면이기도 하고, 이는 엔딩에서 비슷한 구도로 한번 더 반복되니 시각적인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지점이 되기도 합니다. - 힘차게 시작하는 데 비해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좀 동물과 인간의 유대감을 다루는 영화의 전형을 어설프게 따르고 있어 시도하던 것의 모든 면에서 납작해지는 면도 있지만, 한국의 <상계동 올림픽>이나 일본의 <산리즈카> 연작, 혹은 똑같은 중국의 <스틸 라이프>처럼 경제 성장의 이면에서 사라진 삶의 터전을 영화를 통해 포착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있다는 게 무척 귀중하게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