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뭅 먼트

어파이어
평균 3.7
끝끝내 소실과 결여를 응시하기 시작한 '시선', 어리석음을 연잇게 하는 사랑 또한 마찬가지. ⠀ ⠀ ⠀ 🦽 (아래로 결말 스포일러 有) ⠀ ⠀ ⠀ 엔딩에 도달했을 때, 나디아는 나름의 진지한 표정과 제스처로 헬무트의 휠체어를 타고 앞뒤로 움직여본다. 얼핏 보면 그것은 엉뚱한 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있어서 나디아는 헬무트의 시점과 시선을 정확히 이해하는 한 사람으로 남게 되며, 그녀는 본디 타인에게 그러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무언가를 '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보는 시점'이다. 나디아는 그것을 아는 사람이며, 레온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자전거(전후륜)에서 타인의 것인 차(사륜)와 휠체어(좌우륜)로 옮겨지고, 그에 따라 자신의 시점까지 옮겨진다 해도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보는 시점'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레온에게는 없고 나디아에게는 있는 강점이다. 그때 레온은 또 다시 몰래 숨어 나디아의 행동을 지켜본다.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 작고 이상한 행동은 레온이 그동안 지녀 왔었던 어리석은 생각과 시선의 정반대에 놓여 있는 행동이다. 레온은 헬무트(타인)의 시점을 이해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그렇게 하는 방법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레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리석음의 대척점이 되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고, 원래의 나처럼 뒤돌아 갈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레온은 머뭇거렸으나 이내 그녀를 똑바로 응시한다, 이번에는 정면으로. 숨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상대방에게 드러낸다'는 말과 동시에 '상대방이 나를 보게끔 한다'는 말 또한 된다. 나디아가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방식,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시선의 문을 걸어 잠근 채 뒤돌아가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레온. 아주 짧은 이 엔딩에 두 사람의 전체적인 맥락이 압축되어 담겨져 있는 듯 보인다. 사랑을 보는 시선과 사람을 보는 시선, 세상을 보는 시선과 현상을 보는 시선, 이 여러 갈래의 시선들은 곧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된다. 독일어 원제(Roter Himmel)가 쓰인 포스터를 보면, 나디아와 레온이 아주 가깝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똑바로 대향하거나 응시하지 않고 있다. 마치 소통과 교류의 부재, 사람과 사람 간의 음울한 불협화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에 나디아와 레온이 각각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완전히 달랐던 두 개의 시선이 맞물리면서 영화가 끝날 때 묘한 감동과 왠지 모를 온기가 전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in my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