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y

그린 나이트
평균 3.8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다. 유의미한 담론이며 그걸 표현해내는 비주얼도 적합하다. 위대하고 거창한 영웅담의 초라한 행색. 당최 왜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뒤틀린 가치. 삶을 지향하는 여성들과 대비되는, 삶과 대척을 이루는 '명예로움'(현재의 다른 것으로 치환할 수 있는 가치들)에 사로잡힌 세계를 비주얼로 잘 구현한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것의 훌륭함과 반대로 영화적 경험은 뜨악함을 남기는 것 같다. 이런 것이다. 하나 하나의 이미지는 훌륭하고 그 이미지의 축적이 전체를 가늠하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야기로 느끼기 위해서는 치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화는 난해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그러니 치환의 과정은 그저 지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그칠 뿐이다. 이것의 의미, 저것의 의미를 취합하는 과정이 영화를 직조하게 만들지만 사실 그런 과정 없이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과정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사실 그 담론이 그렇게 새롭지도 않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잘 만들어진 문장의 단어 몇 개를 뺀 초등학생 국어 퀴즈 같은 느낌이다. 괄호 속 단어 없이도 문장이 이미 완성되어 있기에 작가가(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태도를 어조를 통해 알 수 있으나 독자(관객)에게 비어 있는 괄호 속 단어들을 메꿔내는 지적 쾌감을 유도하면서 이 문제풀이의 과정이 전체 문장의 완결성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잘 만들어진 문장의 감흥이 아닌 괄호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하고 핵심적인 문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