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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k

nok

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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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받는 기분

책 ・ 2021

평균 3.8

그렇지만 무엇도 허락되지 않는 이 삶에서 우리가 배운 것이 공포와 증오뿐이었을까. 내가 물을 때. 우리의 마음이 진짜 마음인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가 물을 때.  몇 시간이고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국경의 넘으면서, 총을 든 사람들 앞에 짐을 풀면서, 어쩐지 눈을 마주칠 수 없어서 발끝만 보면서.  히시, 나는 운명이라는 말을 오래 생각해왔어. 그런 게 있다면. 이 차가운 밤도 운명의 일부겠지. 안 그래? 초록 눈동자는 어둡고 축축한 동굴처럼 빛난다. 너를 알지도 못하는데, 사랑하게 될까 봐 겁나. ... 어쩌면 히시, 너를 만나러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이 들었어. 바보 같아서 말할 수 없었지만. 네가 내 허리를 감싸며 나를 내려다볼 때. 서늘한 두 눈 속 어둠이 내 얼굴 위로 쏟아질 때. 모든 질문과 대답이 사라질 때.  울었어. 내 안에서 온 세계가 얼어붙었어. 너를 올려다볼 때. 단지 작고 작은 빛. 두 손에 돌을 쥐고 물속으로 가라앉았어. 무서워. 무서워. 숨 쉴 수 있게 끌어 올려줘.  나는 오래도록 사랑에 대해 생각해왔어, 히시. 그렇지만 이 두려움이 우리를 데려가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온도와 검정일 뿐이야?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붙잡을 수 없을 때. 가까스로 기어 뭍에 다다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