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퀴어를 소재로 하기만 하면 퀴어영화일까. 이렇게나 얕고 진부한 시선으로 트랜스젠더를 그려내면서 퀴어영화인척 하는 건 기만이다. 린코 같은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이 영화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상태로 만들어졌고, 그 지점이 영화의 중요한 화두라면 이 주제를 이렇게 연출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두 시간(이 넘는 과하게 긴 러닝타임) 내내 린코를 성전환수술만 했다 뿐이지 여성의 모성 신화와 가사노동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것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보호받아야 할 유약한 존재로 그려내고 있었다. 그나마 예외적인 장면이 자전거 탈 때와 고추들 불태울 때? 분노를 반드시 싸움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 당면하고 있는 차별적 구조를 그저 뜨개질이나 하며 참으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곁에 있는 존재들과 진심으로 엮이며 위로받고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게토는 지속가능한 공간이 아니니까. 11월 4일, 명동씨네라이브러리CGV,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봄.
좋아요 62댓글 4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