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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c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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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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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책 ・ 2016

평균 3.1

벤 프리드모어가 어떤 신문사와 한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가 기자한테 한 말 중 이상할 만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게 있 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고, 기억이 작동하는 법을 이해하는 겁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존자는 없었다. 기원전 5세기쯤 그리스에서 대연회장 한 곳이 붕괴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 소식을 접하자마자 달려온 피해자 가 족들이 어디엔가 묻혀 있을 가족의 시신을 찾으려고 무너진 건물 더미 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지, 옷가지, 신발 등 신원 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내려고 혈안이었다. 참사가 일어나기 바로 몇 분 전, 대연회장에서는 키오스의 시인 시모 니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테살리아의 귀족 스코파스를 찬양하는 시 를 읊고 있었다. 시모니데스가 자리에 앉자 심부름꾼이 다가와 그의 어 깨를 두드렸다. 말을 타고 온 젊은이 두 명이 급히 전할 말이 있는지 다 급한 표정으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모니데스가 자리에서 일어 나 밖으로 나가려고 문지방을 넘어선 순간, 갑자기 쿵 하면서 대연회장 지붕이 내려앉았다. 대리석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시모니데스는 사람들이 매몰된 사고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 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넘쳐 나던 곳에 희뿌연 연기와 적막만 가득했다. 구조대가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구조 작업을 별였다. 진해 더미에서 찾은 시신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십 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옆친 데 덮친 격으로 누가 매몰되어 있는지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이때 당시 사람들의 기억에 대한 인식을 영원히 바꿔 놓는 놀라 운 일이 일어났다. 시모니데스가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뒤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으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갔다. 먼저 산산이 조각난 대리 석 파편을 짜 맞춰 기둥을 올리고, 폭삭 주저앉은 벽면을 일으켜 세웠 다. 곳곳에 널브러진 그릇 파편을 모아 원래 모양대로 해 놓았다. 또 무 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튀어나온 나뭇조각을 조립해 탁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참사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대연회장을 찾은 손님 들이 앉아 있던 자리를 둘러봤다. 탁자 윗자리에 앉아 즐겁게 웃는 스 코파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수프에 빵을 찍어 먹는 동료 시인, 능글맞 게 웃고 있는 귀족이 눈에 선했다. 창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심부름꾼 들이 말을 타고 황급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기억이 여기에 이르자 시모니데스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가 족의 생사를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유족들을 데리고 무너진 건물 잔해 위로 올라가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고인들이 앉아 있던 자리로 안내했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바로 이때 기억술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