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지하실

지하실

5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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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퍼레이드

영화 ・ 1925

평균 3.9

지하실 (jihasil.com) | 극장 상영 | 2025년 10월 3일 전쟁의 영웅주의가 아닌, 한 청년의 감정 곡선을 따라가는 킹 비더의 반전(反戰) 드라마. 미국이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자, 프랑스 전선에 자원 입대한 미국 청년은 현지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전장의 끔찍한 현실 속에서 점차 인간성을 되찾아간다. 전투 장면의 극한 현장감, 코믹한 동료들의 우정, 신파적 감정을 절제한 멜로까지 - 무성영화 시대 전쟁영화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작품. 전후에 제작되어 생생한 고증으로 가득 찬 본작은 총칼보다 걷는 발걸음에 집중하며, 거대한 이념보다 작은 인간의 서사를 조용히 응시한다. • 프랑수와 트뤼포는 영화란 낭만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진정한 반전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빅 퍼레이드 (1925)>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이상한 작품이다. 핵심의제 자체가 ‘전쟁의 낭만’에 있으니 말이다. 제목부터 전장을 향하는 순간의 벅차오르는 감정을 유도하는데, 실제로 영화의 전반부는 프로파간다로 의심이 가는 수준으로 전쟁을 미화한다. 입대 소식에 태도가 호의적으로 변하는 가족, 전우들과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전지에서 만난 새로운 애인까지. 이게 전쟁 영화인지, 러브 코미디인지 헷갈릴 무렵, ‘빅 퍼레이드’라는 자막이 다시 뜨면서 영화는 후반부에 돌입한다. 학습된 관객들은 여기서 영화가 이제껏 쌓아 온 낭만을 무너뜨리리라 예측할 것이다. <빅 퍼레이드>의 탁월함은, 바로 이런 기대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는 점에 있다. 엄중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영화는 낭만을 저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 정점에서 막을 내린다. 제작 시기를 감안하면, ‘전쟁도 사람 사는 곳이다’ 라는 반직관적인 영화의 메시지는 전쟁을 겪어 본 세대만이 아는 진실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