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환

복수는 나의 것
평균 4.0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와 맞닥뜨릴 때, 그것들의 근원지를 찾아 헤매자 마침내 보이는 것. 이 병든 세상엔 유일한 악인은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그 옛날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 비겁하게 숨어버리거나, 당당하게 부서지거나. 악마의 본성은 이 선택의 순간에서부터 끓어오른 듯 보였다. 그러니 악마가 품고 있던 원한의 종점은 자신의 아버지임에 분명했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그의 끔찍한 행보들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악마의 면모였다. 다만,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어떠한 설명도 없는 악마에 모두 가려져 있을 뿐, 짐승에 비유할 만큼 인간의 생태계 역시 본능과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며 악마의 피는 이전부터 이어져왔고 여전히 흐르고 있음이 각자의 체액을 통해 느껴졌다. 이와오와 시즈오, 혹은 하루와 하루의 어머니. 이전부터 그들은 교활했고 비열했으며 겁쟁이였다. 어쩌면 이 악마의 복수의 칼날은 이런 교활하고 비열한 겁쟁이들로 가득찬 세상에 분노해 스스로 악인을 자청하여 뛰어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끈질긴 혈연에는 악마의 피와 함께 겁쟁이의 피까지 흐르고 있으니, 죽이고 싶다는 그 말조차 결국 해내지 못한 겁쟁이의 말처럼 느껴지니 그는 그저 악마이자 겁쟁이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허공에 멈춰진 뼈처럼, 이 악마도 마찬가지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와 맞닥뜨릴 때, 그것들의 근원지를 찾아 헤매자 결국 보이는 것. 이 병든 세상엔 유일한 악인은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그 옛날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 비록 뼈는 멈춰졌지만 그마저도 마치 악마가 복수는 오로지 나의 것이라며 저항하는 듯 보였다. 시종일관 불쾌했던 영화에서 그 장면만큼은 겁쟁이의 당당한 마무리였다. 서늘한 걸작이자 끔찍한 괴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