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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liet

lawliet

5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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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땅

책 ・ 2017

평균 3.5

바깥세상에서 나는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을 인류 자신의 과오로부터 인류를 구하고자 하는 헛된 시도처럼 느끼곤 했다. - 44 그 당시 나는 망각을 좇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원들의 낯설고 텅 빈 얼굴에서, 심지어 고통스러울 정도로 친숙한 한 얼굴에서도, 일종의 상냥한 탈출구를 발견했다. 죽음이 아닌 죽음이었다. - 50 나는 몇 시간이고 조수 웅덩이에 숨어 있는 생물들을 관찰하며 보내곤 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내게 그런 축복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경이로워했다. 그 순간 나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었고, 내가 그때까지 공부하고 일하는 동안 그토록 갈망했던 종류의 고독을 누릴 수 있었기에. 그러나 그때조차 차를 몰고 돌아올 때면 나는 그 같은 행복의 예견된 끝에 슬퍼했다. 결국엔 끝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137 하지만 나는 정체가 무엇이든 X구역을 점령하고 있는 세력과 맞서 싸우려면 게릴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풍경 속으로 숨어들거나 아니면 엉겅퀴에 대한 보고서를 쓴 대원처럼 가능한 오랫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를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려 하면, 그것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같은 이유에서 나는 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그저 ‘빛’이라고만 불렀다. 너무 자세히 파악하려 들면, 그러니까 내가 그 변화를 거의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량하거나 실증적으로 접근하면 너무 현실적이 되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146 “넌 불꽃이었어.” 그녀의 말에 나는 잠깐 동안 내가 지닌 빛의 형상을 머릿속에 그렸다. “넌 내 눈을 태우는 불꽃이었어. 소금 평원과 폐허가 된 마을을 가로질러 떠다니는 불꽃. 천천히 타오르는 불꽃, 습지와 모래 언덕을 떠도는 도깨비불, 둥실둥실 떠다니는, 인간이 아니라 자유롭게 떠다니는 뭔가...... ” - 158 아주 오래도록 답이 허락되지 않는 질문은 우리를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210 내가 진정한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가진 도구는 무용지물이었고 방법론은 무너졌다. 그리고 각자의 동기마저 개인적이고 이기적이었다. -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