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애월'은 사고로 죽은 절친의 애인이 사는 제주도로 온 주인공이 그곳에서 지내는 이야기다. 기본적인 힐링의 이야기를 펼치는 이 영화는 제주도의 바다를 배경 삼아 잔잔한 드라마를 전개한다. 하지만 잔잔한 평온함과 무색한 지루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굉장히 소홀하고 모호하게 그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리틀 포레스트' 같은 힐링 영화를 떠올려보면, 직접 재배한 식재료들로 삼시세끼를 맛있게 해결하는 일상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주인공의 평화로운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인물들이 있기에 더욱 더 풍족해보였다.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있음에도 그런 꽉찬 분위기가 없다. 조연들은 나름대로 감초 같은 역할들을 해주며 유머와 시골 정취를 주지만, 주연들이 중심을 잘 못 받쳐주니 다 공허하게 느껴진다. 두 주연인 이천희와 김혜나의 호흡은 굉장히 부실했다. 대학 시절부터 친한 사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스크린 상 보이는 모습은 어색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실제론 별로 안 친한데 친한 척을 억지로 하는 느낌이었다. 제주도의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해산물 안주와 소주 한 잔 하는 씬이 절반 이상인데 매번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모습이 어색한 티격태격 뿐이니, 몰입할 수 있는 드라마도 없고, 오히려 극적 전개가 없다시피 하니 씬의 반복성에 질려가기만 했다. 제 할 일 다 못했는데도 배우들은 제작비로 맛있는 회랑 전복을 먹었으니, 한편으론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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