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희
3.5

열정
영화 ・ 2008
평균 3.7
<열정> (2008) @ 2022 무주산골영화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과 대학원 졸업 작품. <해피 아워>, <아사코>, <우연과 상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시작점에 이 영화가 있었구나. 그 뒤에 나온 영화에 미친 영향을 예감하게 되는 장면들이 많아 보면서 무척 즐거웠다. 그의 필모를 거꾸로 되짚어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라고 해야 할까. 다만 영화 전체를 보았을 때는 분명 보면서 흐름을 중간중간 놓치게 되는 성긴 부분들이 눈에 띄었고, 거기에 더해 좀 지나치게 ‘열정’적인 (어쩌면 <해피 아워> 막판의 그 급전개를 능가하는) 급격하게 기복을 타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상황 전개가 겹쳐지니 분명 내가 웃고 있는 것도 맞고 재미를 느끼는 것도 맞긴 한데 동시에 좀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우연과 충동에 기반한 감정의 휩쓸림을 지켜 보면서 나까지 저 재난과 같은 상황에 같이 휩쓸려갈까 정신줄 단단히 붙들고 보는 재미도 과연 재미라고 해야할까에 대해서는 솔직히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물론 영화에서 그저 단단한 구조에 발 디딘 채 안전히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재미없긴 하지. 일찍이 터틀맨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네.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이제 보니 나중에 나온 <해피 아워>가 이 영화의 구조를 가진 채로 주요 인물의 성별을 뒤집어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사실 일단 이런 정도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것 만으로도 나중에는 더 충실하게 완성된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일찍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속편한 생각으로 얼렁뚱땅 생각을 정리하고야 만다. 어차피 이미 우리는 결과를 다 알고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