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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XXII

MMXXII

6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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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책

책 ・ 2015

평균 4.1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 이후 자소적인 뉘앙스를 가졌지만 철학적 깊이가 있어 곱씹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었는데... 드디어 발견. 반 쯤 졸린 듯 눈부시게 깨어있는 문체가 매력적이다. 서양에서 석가모니의 '고통' 이란 개념을 가장 깊이 체감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류의 다른 책보다 천천히 몇 페이지씩 아껴 읽는 게 좋았다. 이 느낌을 쉽게 끝내버리기 아쉬워 자기 직전아주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읽는 중 . . . P.88 단지 즐기고 있다는 이유로 즐거워하는 이들을 증오하고, 우리가 그들처럼 행복해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행복한 이들을 경멸하는 걸 잊지 말자. 그런 가짜 경멸과 허약한 증오야말로 거칠고 흙이 묻어 더럽기는 해도, 우리 권태의 오만하고 유일한 조각상. 야릇한 미소가 비밀스럽고 모호한 인상을 자아내는 어두운 조각상을 세울 수 있는 주춧돌인 것이다. . . . P.103 정말로 현명한 사람은 높이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근육에 담고 있지만 의식으로는 산을 오르기를 거부하는 자가. 그는 자신의 시선 덕분에 모든 산을 소유하고, 자신의 위치 덕분에 모든 계곡을 가진 자다. 정상을 황금색으로 물들이는 태양은 정상에서 아주 밝은 빛을 견뎌야 하는 이보다 골짜기에 있는 이에게 더욱 금빛으로 빛난다. . . . P147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 . . P213 행동하는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사고하는 인간에게 종속된다. 모든 일들의 가치는 해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사는 것은 살아지는 것일 뿐,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이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 . . P214 우리가 단념한 것이 진정한 우리 것이다. 우리가 단념한 것은 우리의 꿈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햇빛과 있을 수 없는 달빛 아래 완벽한 상태로 영원히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 . P216 인간 중에서 위대한 자들은 영광을 탐하지만, 그건 개인의 불멸을 누리는 영광이 아니라 개인과 관련 없는 추상적 불멸일 뿐이다. . . . P225 새로운 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이 계속되는 일상의 일부가 되고. 두번째로 발견한 새로움 이후에는 새로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바다에 빠지고 만다. . . . P244 평범한 사람은 인생이 아무리 고달플지라도 적어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행복을 누린다. ... 생각하는 것은 곧 파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