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 에세이
616p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0권. 20세기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포르투갈의 국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포르투갈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페소아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불안의 책>은 이미 두 차례나 출간되긴 했으나 이탈리아어 판본과 독일어 판본을 중역한 것으로, 포르투갈어 원전을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안의 책>은 페소아가 생전에 완성한 작품이 아니라 사후 연구가들이 유고 더미에서 찾아낸 미완성 원고를 엮은 책이다. 그 때문에 편집본마다 수록된 텍스트의 수와 배열 순서가 다른데, 문학동네에서는 페소아 연구가로 유명한 리처드 제니스의 포르투갈어 편집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페소아는 수많은 이명(異名)을 통해 '하나'의 나가 아니라 동시에 여러 공간에서 실재하는 '복수'의 존재를 구현한 모더니스트다. <불안의 책> 또한 이명 인물의 작품으로 작가와 가장 흡사한 반(半)이명 베르나르두 소아르스의 고백적 단상들로 이루어졌다. 작품을 구성하는 481개의 텍스트 속에는 페소아가 일평생 추구했던 내면의 성찰과 감각적 사유가 깊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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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h
4.5
스포일러가 있어요!!
134340
5.0
담배를 부르는 책이다. 보노보노, 곰돌이 푸와 정반대에 위치해있다고 생각한다.
H.
5.0
침대맡 책. 페소아의 등에 몸을 포개두고 가만히 기대있고 싶다. 바람 한 줄기 흐르지 못하도록, 그의 등이 내뿜는 고독인지 내 가슴이 쏟아내는 슬픔인지 알 길 없도록, 서로의 열기로 채워지는 따듯함만 느낄 수 있도록 꼭 기대어 있을 수 있다면. - 하나의 서적을 두고 작업한 역자가 여럿일 때, 그 이점을 독자들이 충분히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오진영 역으 읽었다. 아래에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 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있는 텍스트들 중 일부를 역자별로 남겨둔다. - <텍스트 6> 오진영 역 인생에서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건만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 가까운 들판, 한줌의 평온과 한 쪽의 빵,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로 인해서 괴로워하 않기, 다른 이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 받지 않기.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부당했다. 동냥 주는 것 거절하는 이가 동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 주머니 단추를 풀기 귀찮아서 그러듯이 결국 내가 원한 것들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적막한 내 방에서 홀로 서글픈 심정으로 글을 쓴다. . 배수아 역 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았다. 한 줄기의 햇살, 전원에서의 한순간, 아주 약간의 평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빵, 존재의 인식이 나에게 지나치게 짐이 되지 않기를, 타인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리고 타인들도 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런데 이 정도의 소망도 충족되지 못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적막에 잠긴 내 방에서, 슬픔으로 나는 글을 쓴다. 항상 그랬듯이 혼자이며, 앞으로도 항상 혼자일 것이다 . . <텍스트 18> 오진영 역 나는 언제까지나 회계사무원으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시나 문학은 내 머리에 앉은 나비와 같아서, 그것이 아름다울수록 나를 더 우스꽝스럽 만들 것이다. . 배수아 역 죽는 날까지 회계원으로 일하기, 아마도 내 운명은 이것이리라. 그에 비하면 시와 문학은, 엉뚱하게 내 머리에 올라앉아 나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나비일 뿐이다. 나비의 아름다움이 찬란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더 우습게 보인다
설어진
4.0
타의 불행을 찬 삼아야만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내 9첩 반상...
ynz
3.0
불안의 근원은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자드낌
4.5
침대에서 가장 손이 잘 닿는 곳에 둔 책. 이상하게 내 안이 복잡하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읽게된다. 아무런 페이지, 아무런 텍스트를 읽어도 왠지모르게 내 안에 편안함이 마구 퍼진다.
Heedae Shin
5.0
누군가의 고백이 가치 있거나 쓸모가 있을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우리에게만 일어나는가, 아니면 모두에게 일어나는가.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면 전혀 새로울 게 없고, 오직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다른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텐데. 하지만 페소아의 고백만큼은 반갑다. 모두가 익히 겪어왔지만 선명하게 풀어낼 수 없었던 모든 일들이 그의 깊은 사유 아래 비로소 명징해졌다. 페소아가 기록한 불안의 흔적들은 곧 이 책을 손에 쥔 이의 불안에 대한 해답이다.
MMXXII
4.5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 이후 자소적인 뉘앙스를 가졌지만 철학적 깊이가 있어 곱씹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었는데... 드디어 발견. 반 쯤 졸린 듯 눈부시게 깨어있는 문체가 매력적이다. 서양에서 석가모니의 '고통' 이란 개념을 가장 깊이 체감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류의 다른 책보다 천천히 몇 페이지씩 아껴 읽는 게 좋았다. 이 느낌을 쉽게 끝내버리기 아쉬워 자기 직전아주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읽는 중 . . . P.88 단지 즐기고 있다는 이유로 즐거워하는 이들을 증오하고, 우리가 그들처럼 행복해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행복한 이들을 경멸하는 걸 잊지 말자. 그런 가짜 경멸과 허약한 증오야말로 거칠고 흙이 묻어 더럽기는 해도, 우리 권태의 오만하고 유일한 조각상. 야릇한 미소가 비밀스럽고 모호한 인상을 자아내는 어두운 조각상을 세울 수 있는 주춧돌인 것이다. . . . P.103 정말로 현명한 사람은 높이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근육에 담고 있지만 의식으로는 산을 오르기를 거부하는 자가. 그는 자신의 시선 덕분에 모든 산을 소유하고, 자신의 위치 덕분에 모든 계곡을 가진 자다. 정상을 황금색으로 물들이는 태양은 정상에서 아주 밝은 빛을 견뎌야 하는 이보다 골짜기에 있는 이에게 더욱 금빛으로 빛난다. . . . P147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 . . P213 행동하는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사고하는 인간에게 종속된다. 모든 일들의 가치는 해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사는 것은 살아지는 것일 뿐,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이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 . . P214 우리가 단념한 것이 진정한 우리 것이다. 우리가 단념한 것은 우리의 꿈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햇빛과 있을 수 없는 달빛 아래 완벽한 상태로 영원히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 . P216 인간 중에서 위대한 자들은 영광을 탐하지만, 그건 개인의 불멸을 누리는 영광이 아니라 개인과 관련 없는 추상적 불멸일 뿐이다. . . . P225 새로운 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이 계속되는 일상의 일부가 되고. 두번째로 발견한 새로움 이후에는 새로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바다에 빠지고 만다. . . . P244 평범한 사람은 인생이 아무리 고달플지라도 적어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행복을 누린다. ... 생각하는 것은 곧 파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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