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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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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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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책 ・ 2025

평균 3.8

개인적으로 타투가 있는 사람을 신뢰하는 편이다. 타투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우리나라에서, 그 편견에 편승해서 "타투는 선택인데 차별은 감수해야함"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그러함에도 몸에 새기고픈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 더 믿음이 간다. 재밌게도 이 책의 9,10장을 읽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 책은 1-8장의 바둑 르포르타주 만으로도 꽤나 흥미롭다. 하지만 장강명은 일종의 문신처럼 도저히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딜 내용이 있었나보다. 나는 1-8장만 있었더라도 이 글을 좋아했을테지만, 그 9,10장의 거칠거칠한 측면 때문에 그를 작가로써 사랑한다. 과학기술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뼈저린 공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정출연이든 교수든 모두 자본주의의 시녀가 된지 오래다. 연구자가 어떤 일을 할지는 모두 기재부 손에 달려있으며 결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분야라든가 주변국들과의 파워게임이라든가 따위에 의해 결정된다. 10년 정도 이 업계에 있으면서 수백명의 연구자들을 만났겠지만 기술이 가져올 가치의 변화를 걱정하며 연구를 하는 사람은 딱 한 명 본 것 같다. 그래서 장강명의 이 글이 반갑고 감사하다. 가치가 기술을 선도한다는 것이 가야할 미래겠지만 너무도 멀어 보여서 양가적인 감정이 들지만,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논의하는 것 만으로 가치가 있으니까. 그 미래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그의 마음이 너무도 큰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느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