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det

존 포드론
평균 4.1
2024년 01월 07일에 봄
2024년 1월 8일 월요일 새벽 6시 17분. 처음 읽기 시작한 지 4일 만에 하스미 시게히코의 ‘존 포드론’을 다 읽었다. 내가 이런 표현을 잘 하지는 않지만 일단 이 책을 4일 만에 다 읽은 내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각주를 포함해서 본문만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읽은 것은 나에게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내일이 2025년이 될지라도 이 책을 완독한 것만으로도 2024년은 이미 후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격적이고 뿌듯하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책을 더 가까이 하겠다는 새해의 다짐을 곧바로 실천한, 나로서는 정말 보기 드문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 포드론’은 개인적으로 영화와 관련된 최고의 책 중의 하나라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스미 시게히코의 또 하나의 역작인 ‘감독 오즈 야스지로’도 최고의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영화에 빠져 살아왔고 영화 사상 최고의 감독 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존 포드를 존경해온 내가 영화와 관련해서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38편의 존 포드의 영화들을 보았는데 그런 내가 존 포드에 관한 이런 훌륭한 책을 생전에 만났다는 것은 실로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되었든, 영화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었든,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든,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 되었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비단 존 포드의 영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영화를 새롭게 바라보고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영감을 주는 통찰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뭔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감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존 포드의 영화를 보지 않고서 이 책의 뛰어남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존 포드의 영화를 잘 알지 못하거나 존 포드의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이 책은 재미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은 일단 존 포드의 영화 속 장면들을 머리 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적확하게 묘사해내는 하스미 시게히코의 탁월한 문장력 덕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 누가 되었든지 간에 당장이라도 유튜브이던 DVD이던 필름이던 존 포드의 영화를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알았던 존 포드에 대한 편견(서부극에 국한된 거장, 우익 감독 등)이 깨지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하스미 시게히코가 늘 주장해왔듯이 존 포드는 결코 과거에 묻힌 감독이 아니며 영화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는 영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현재’의 감독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영화가 무엇보다 시각 예술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존 포드론’만큼 시각성이라는 것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우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을 읽는다면 누구나 그 시각성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존 포드가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그의 재능이 단순히 시각적 묘사를 넘어서 ‘시’의 경지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각성과 관련하여 얘기하자면 또 한 명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히치콕의 영화가 갖고 있는 시각적인 우수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상대적으로 볼 때 존 포드의 영화의 시각적인 탁월함은 히치콕보다 덜 조명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존 포드론’의 출간을 계기로 존 포드가 탁월한 시각 언어의 거장이자 영상 시인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하여 국내에서 존 포드가 알프레드 히치콕만큼 많은 관객들(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거론되며 관객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국내 관객들은 존 포드보다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선호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일찍이 존 포드의 <역마차>(1939)를 수십 번 돌려보면서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 중의 한 편으로 평가받는 <시민 케인>(1941)을 만들었던 오손 웰즈는 존 포드가 위대한 영상 시인이라고 말했었는데 ‘존 포드론’을 읽고 새삼 느끼게 된 것으로 얘기하자면 그는 절대적으로 옳았다. 이 글을 읽고 혹시라도 마음이 동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이 책을 주문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번역(윤상의 많은 곡을 쓴 박창학)이 좋아서 술술 잘 읽힌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글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1977년에 존 포드에 대한 글을 쓰신 이래 무려 50년 동안 집필하신 끝에 역작을 내놓으신 하스미 시게히코 평론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래전 광주국제영화제에서 내가 하스미 평론가님과 같이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 가문의 영광으로 느껴지면서 감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