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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김성호의 씨네만세

10 month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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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영화 ・ 2025

평균 3.2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한다. 효자조차도 간병 앞에 무너진다는 얘기다. 효자가 아닌 이야 어찌될지 빤하다. 긴 병은 자식에게 자식된 도리마저 빼앗는다. 자식된 도리를 지키려면 둘 뿐이다. 부모가 긴 병을 얻지 않거나, 사회가 간병에 개입하거나.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후자 뿐이다. 현대 복지국가는 간병을 공공의 영역으로 껴안길 선택했다. 간호간병 통합병동을 두고 병원이 간호 뿐 아니라 간병의 책임까지 지도록 했다. 의료를 민간에 떠넘기지 않고 공공의료제도를 확충하여 개별 효부효자는 물론이고 나와 같은 불효자마저도 인간된 도리를 하도록 한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간병은 개인의 영역이다. 사회적 보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무조건 더 달라는 거지마인드가 아니다. 세계적 기준, 흔히 비교하길 즐기는 OECD 가입국 기준에도 최하위권을 달린다. 그 결과는 이렇다. 가족 중 어느 하나가 아프면 집안이 흔들린다. 긴 병, 희귀병에 걸리면 간병부담으로 집안 하나가 거덜나기 십상이다. 가족을 간병하는 이들은 집안마다 제각각이다. 때로는 배우자가, 때로는 부모며 형제가, 때로는 자식이 간병을 맡는다. 개중엔 미성년 청소년이 간병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성인도 감당키 어려운 책임을 맡아 소진되고 고립되는 청소년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하는가. 아니, 대하기라도 하면 다행일테다. 사회적 <겨우살이>는 가족을 간병하는 청소년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극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으나 나는 이 속에 담긴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 널린 사실이란 걸 안다. 나는 이 영화가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여긴다. 달리 말하자면 이 시대 시민들이 마땅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