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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ony

minjony

3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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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책 ・ 2020

평균 3.3

2022년 11월 26일에 봄

p73 그녀의 온 영혼은 희망과 꿈이 물속에 잠긴채 밀짚처럼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불행의 거친 바다 속을 헤맸다. p74 사랑의 핏속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데 어디에서 태어났건, 누구의 자식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p90 마을에 도착해 피곤하고 춥고 격해진 감정으로 아파하며 마차에서 내릴 때 채리티는 마치 땅이 햇살에 비치는 파도요, 자신은 물마루 위에 이는 물보라인 것처럼 느꼈더래다. p101 채리티는 불행이라는 커다란 먹구름을 타고 삶 위로 높이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구름 밑에는 일상적인 현실이 우주의 작은 티끌만큼 작아져 있었다. p146 문득 도망치는 것, 그것도 당장 도망치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였다. 채리티는 고통스러운 순간이면 언제나 달아나고 싶었다. 자신이 아는 낯익은 얼굴들로부터, 또 사람들 사이에 자신이 잘 알려진 장소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어린아이처럼 채리티는 낯선 장소와 새로운 얼굴이 자기 삶을 바꾸고 쓰라린 기억을 말끔히 씻어 주리라는 기적의 힘을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를 사로잡은 냉철한 결심과 비교하면 그런 충동은 한낱 스쳐 가는 일시적인 기분에 지나지 않았다. p162 그녀의 모든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충동은 차츰 그의 의지를 숙명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그가 인격적으로 더 훌룡하다고 느껴서가 아니라 - 오히려 그녀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 다만 그 나머지 삶이 그들의 열정이라는 중심적인 영광 주위에 감도는 희뿌연 후광에 지나지 않게 되어서였다. p165 늘 사랑이란 혼란스럽고 비밀스러운 무엇이라고 생각해 온 채리티에게 하니는 사랑을 여름 공기처럼 밝고 싱그러운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p168 채리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찬란한 대낮에 이어 처음 밤이 찾아오면 채리티는 종종 갑작스러운 공포에 휩싸였다. 사랑이 사라졌을 때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 똑같은 장소에 앉아 연인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p169 마치 자기 삶이 그가 없는 동안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그가 있었던 장소, 그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도 그가 떠나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p180 순식간에 그들은 채리티가 놓여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연인의 포옹이라는 부서지기 쉬운 은막 뒤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의 삶이 수수께끼처럼 숨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며 -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며 - 그의 의견, 그의 편견, 그의 원칙, 모든 사람의 삶이 그물처럼 뒤얽혀 있기 마련인 영향과 이해관계 그리고 야심 말이다. p181 채리티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니에게 주었다. 그러나 삶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선물과 비교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p285 한여름 동안 루시어스 하니를 사랑하고 이별의 고통과 절망을 겪었기 때문에 더욱더 성숙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절망을 느끼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없듯이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않고는 참다운 사랑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김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