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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주먹

도라에몽주먹

3 years ag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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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책 ・ 2012

평균 3.7

● 불쾌하고 무례하다. 오만하고 편협하다. 불행한 아동기와 격동의 청소년기를 보내고 고통스럽고 우울한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인간으로서, 프로이트 이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애착 이론이나 방어기제 이론은, 내 과거와 현재에 빗대어보면,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어느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게 전부다. 정신분석 치료가 임상적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지금도 심리상담가나 정신과의사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음에도 이 책을 비판할 여지가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저자의 태도 때문이다. 아무리 잠깐 보고 다시 볼 일 없을 지나가는 존재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흠집을 찾아내어 알지도 못하는 과거와 함부로 연관짓는 일은 무례한 것이다. 또한 그 상대방들의 가상의 불행한 유아기를 멋대로 지어내면서 필요치도 않은 연민과 동정을 느끼는 것 또한 오만하고 편협한 것이다. "○○는 시기를 느끼고, □□는 질투를 느끼고, ◇◇는 무슨 행위로부터 우월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며 개인의 속마음을 마음대로 간파해냈다 생각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혹자는 이 책이 여행기와 심리에세이가 결합된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심리학에 대한 장벽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며 극찬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 책의 한계이자 문제점이다. 여행기로서는 내용이 빈약하다. 심리학 서적으로서는 (책의 저자가 전문가가 아니니) 전문성은 둘째치고 무례하며 오만하다. 어느정도 이론적 설명을 한다 싶으면, 한번의 예외도 없이 저자가 그 타인으로부터 느낀 마음대로의 진단이 나온다. 저자가 갖고 있는 아마추어 이상의 심리학적 지식과 고찰은 그러한 "제멋대로 진단"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된다. 저자는 전문가적 지식은 갖고 있으나 전문가적 태도가 상당히 결핍되어있다. 책 속의 일화를 한 꼭지 따와보자. 고통스러움을 토로하는 후배에게 내면의 어머니에 대한 분노의 투사를 스스로 다스리기를 권한다? 후배의 고통을 환상적인 결핍으로 단정해버린다? 내가 그 후배였으면 굉장히 불쾌했지 않았을까? 나였으면 차라리 알고있는 임상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를 추천해주었으리라. 이건 비단 책의 등장인물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보고 자신의 아픔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며 감사해하는 이들에게 묻고싶다. 작가는 여러분들의 그 고통스러움또한, 흥미로운 분석대상이며, 스스로 가상으로 지어낸 애정결핍적 가정환경, 또는 성행위/사랑 결핍적 인생 내력을 기반으로 한 원치 않는 불쌍함과 한심함의 대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이것이 정신과적으로 온전치 못한 내가 이 책에 굉장한 불쾌함을 느끼는 까닭이다. 한편 몇몇 독자들은 이 책의 동양인 차별이나 여성 차별, 성소수자 차별에 관하여 다룬 부분을 갖고 호평 또는 혹평을 하는데 이 부분은 넘겨 두자. 책의 1쇄 발행연도가 2012년이니 지금의 기준으로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 될 것이다. 다만 내가 옹호해줄 생각이 있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다. 물론 작가가 타인들을 멋대로 단정지은 것처럼, 나도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불쾌함을 느낄 것이라 단정해선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