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HBJ

HBJ

7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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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영화 ・ 2017

평균 3.1

'이월'은 절박한 한국 청년의 심리를 장발장의 초반부 이야기만 따로 떼서 묘하게 엮은 느낌이다. 벼랑 끝에 몰린 주인공이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동시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심할 때에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괴롭히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로, 인간으로서의 긍지가 밑바닥까지 떨어진 사람에 대한 탐색을 하는 캐릭터 드라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심리를 다양한 상황들과 에피소드들을 통해 다각도로 보고자 한다. 영화는 처음에 주인공 민경이 살아가는 현실을 우선 보여준다. 돈이 부족해 제대로 된 집도 없고, 추위에 벌벌 떨며 컨테이너에서 자기도 하고, 공무원 강의를 도강하고, 도둑질도 하는 그녀는 마치 도시 속의 도둑 고양이 같은 삶을 산다. 이렇게 주인공의 상황을 소개한 뒤, 영화는 두 개의 에피소드들로 민경의 마음 속을 조금 더 깊이 파고 든다. 우선은 자살 시도 전적이 있는 절친 여진의 집에 며칠간 지내는 이야기다. 여진은 현재 나름대로 만족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따듯하게 민경을 맞아주지만, 민경은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힘차게 사는 친구의 모습을 못마땅해하는 듯하다. 여기서 여진은 마을의 한 일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일화가 민경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감독은 말하는 듯한다. 민경이 이 일화의 이야기를 재현하게 되는 씬도 있고, 나중에는 본인이 다시 이 일화를 다른 인물에게 전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의지할 곳 없이 버림받고 차갑게 외면당하는 민경의 이야기랑 비슷한 이 일화는 민경이 보는 본인인 셈이다. 그리고 이 일화를 그녀에게 말해준 여진도 한 때는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그녀가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으나, 아마 남을 등쳐먹더라도 하루하루의 생존을 우선시한 민경과 달리, 여진은 삶을 포기하려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여진은 구원을 받아 행복을 되찾게 됐다. 이는 여진과 민경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인 가족의 유무 때문일 것이다. 민경은 본인도 모자라 가족의 몫까지 부담해야하지만, 여진은 곤경에 처하자 가족이 돌봐주며 다시 일어서게 된다. 아마 이 차이를 민경은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둘째 에피소드는 돈 받고 관계를 맺은 진규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며 시작한다. 진규는 동정심과 정이 섞인 마음에 민경과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하고, 민경은 결국 수락한다. 진규는 밖에서 일하는동안, 진규의 아들과 민경은 함께 생활을 하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거의 가족이 된다. 이렇게 민경도 구원을 받는 듯한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민경은 이 구원마저도 내팽겨친다. 인간 관계는언제나 민경에게 상처로 되돌아왔거나, 본인이 상대방을 이용하는 식으로 끝났다. 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거나, 본인이 상처를 줄 자신도 없는 민경이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가 둘째 에피소드가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을 응원한다. 물론 그녀가 행하는 악한 짓들이나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옹호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마녀로 매도하진 않는다. 영화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깊은 웅덩이에 발버둥치는 민경을 동정하며, 언젠가는 옳은 길로 구원되길 응원하는 듯하다. 조민경 배우의 원톱 주연 연기는 아주 훌륭했다. 사소한 몸짓과 눈빛에서 마치 야생 동물처럼 매순간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상황을 엿보는 듯한 주인공의 성격이 아주 잘 보여졌다. 아역인 박시완 배우의 연기가 조금 어색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조연들의 모두 연기도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