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승

그리스인 조르바
평균 3.8
한국 문학계의 영원한 이단아 고 마광수 교수는 인간은 리비도(Libido), 즉 성욕을 통해서 움직이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리비도를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인 프로이트가 있는데도 굳이 고 마광수 교수를 언급한 것은 그의 발칙하고 솔직한 문장이 책 속의 조르바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좀 더 분석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성욕을 '인간의 근원적 욕구'로 치환해 읽을 필요가 있다. 조르바가 고기, 술, 잠을 좋아한다는 묘사가 많기 때문에 이는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이 책에서 신(하느님, 부처 등의 특정 신이 아닌 일잔 명사)은 진리, 행복과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진리(행복)를 위해 각자의 신을 섬기는데 조르바는 감각 세상을 통한 욕구 해소를 행복을 향한 길로 여기고 살아간다. 조르바를 보고 있자면 진리는 감각을 통해, 또 눈에 보이는 세상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떠오른다. / 이대로 조르바에 대한 관찰로 책이 끝났다면 책의 주제는 '조르바처럼 세상을 살자'가 되었을 것이고 이 책은 절대 명작의 반열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조르바의 마지막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보스(책의 화자를 부르는 말), 당신은 고해 신부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당신한테는 내 모든 잘못을 고백할 수 있어요. 당신은 신과 같은 면이 있습니다.' 책의 화자는 자유롭게 생활하는 조르바를 부러워했다. 인간의 근원적 욕구에 충실한 그를 보며 '우주와 가장 다정히 엮여있는 인간'이라 말했고, 행동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마지막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르바는 책의 화자를 감히 신과 비슷한 면을 지닌 '깨달은 자'로 취급하고 있다. 결국 모든 사람은 각자의 진리(행복을 추구하는 방법)가 있는 셈이다. 단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저 사람은 나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면 그때부터 그 생각으로 인해 불행해진다. 이것은 책의 화자가 그토록 섬겨온 부처가 말한 '번뇌'와 유사하다. / 군대에서 읽은 책 (004/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