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2 years ago

1980
평균 2.6
'1980'은 민주화 운동 바람이 불고 있는 광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가족에 대한 영화다. 5.18에 대한 영화로서 신선한 관점을 주기는 커녕 너무나도 깊이 없고 자극적인 맛만 내세우는 영화였다. 광주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과 학살에 대한 영화로서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같이 실제 타임라인을 따라가는 무난한 시대극들부터, '박하사탕'이나 '김군'처럼 그 이후의 후유증을 파고들며 그 비극성을 깊게 전달하는 명작들도 있으나, 때로는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끔찍한 완성도의 영화들이 나오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후자에 속한다. 미술 쪽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은 강승용 감독은 이 작품이 감독 데뷔작인 듯한데, 분명 세트나 의상 등의 부분들은 꽤 괜찮다. 하지만 무색하게도 조명과 영상미가 안 받쳐주니, 전반적으로 영화가 굉장히 싸구려 때깔로 보인다. 잘못 만든 한국영화의 전통을 따라 대사들이 잘 안 들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국에 영화의 문제는 이야기에 있다. 감정과 연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과하기 때문에 실제 존재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무슨 만화에 나올 법한 캐리커쳐 같은 인물들로만 가득차있고, 흐름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야기와 같이 길을 잃어버린 듯한 편집도 수준 이하다. 감정의 강약조절 없이 최루가스만 계속해서 뿌려대니, 오히려 소재를 욕보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얕고, 허접하고, 생각없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