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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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

영화 ・ 2024

평균 2.7

2024년 08월 14일에 봄

행복하기 위해서는 타협이 필요하다. 박대령은, 자신이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행복의 나라라는 말은, 과거 아내의 밥 짓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절을 뜻하는 말이다. 군인으로 살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자신에 처지에 초연하면서도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먹이는 그 감정선이 실제 이선균의 모습과 겹쳐 보여 인상 깊었다. “나 살자고 사람들 죄인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니냐.” “그렇게 사세요. 혼자 올바르고 당당하게. 그렇게 쭉 사세요.” 자신은 돌봐주지 않고 오로지 사람들을 위해서만 살았던 아버지를 원망함과 동시에 사랑했던 자식 인후(조정석)가 박태주(이선균)를 살리기 위해 이해하고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처음에는 굳은 의지로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한 군인이 가족을 중요시 여기는 변호사에게 동화되며 서서히 가족과 헤어지기 싫은 울화가 느끼게 되는 유대감이 굉장히 드라마틱했다고 생각한다. 이것만을 앞세워 기승전결을 유지했다고 하면 정말 수작이었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 중후반부부터 전상두(이재명)을 앞세워 빌런 역할을 강조시키는 게 이 영화의 흐름을 끊은 악수였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그럴 게 전상두의 존재감은 <서울의 봄>에 한참을 못 미치고 다른 부분들은 이미 관객들이 아는 맛이었기 때문에 더 ‘이 영화 왜 이렇게 안 끝나’ 지루함을 느꼈을 것이다. “나 대령님 같은 사람 알아요. 나만 깨끗하고 나만 당당하면 되는 사람. 가족이 어떻게 되든.” 눈 감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것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신념에 있어서 어긋나는 행위인지 아닌지 인간은 끊임없이 연구하며 사는 것이다. 그 신념이 제발 이 세상을 행복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는 헛된 신념이 아니기를 간곡히 빌며. 박대령의 신념은 어떠했을까. 뭐가 옳고 그른지 그는 진작에 알고 있으면서 끝까지 목소리를 떨며 시간을 되돌려도 자신의 선택은 똑같았을 거라 말한다. 그는 눈감는 법을 알고 있으면서 결코 감지 않는다. 사실에 침묵하며 행복에 의존한 타협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의 나라를 살기 위해선,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타협해야 할까, 아니면 모두의 행복을 위해 눈 뜨고 있어야 할까. “달리 사는 재주가 없는 사람도 있어.” “눈 한 번 감으면 될 텐데 그걸 못 하죠.” [이 영화의 명장면] 1. 총성 작전이 취소되는 것은 태주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렇게 되었다면 피 흘리는 동료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웃으며 평화롭게 삶을 살아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의 허상이었을 뿐, 귓바퀴를 찢는 듯한 총성이 들리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복종한다. 복종하면서도, 몇 발의 총알을 퍼부으면서도, 몰려오는 후회와 자책. 그렇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되기만을 속으로만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총성이 들리는 순간 그는 몇 번이고 차문을 열고 작전을 수행했을 것이다. “철수해. 작전 취소야. 끝났어.” 2. 장례식 아들이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변호사가 얼마나 피고인을 살리고 싶어 하는지 강조되는 대목. 그는 선잠을 핑계로 겉옷으로 자신을 가려 소리 없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의 가려진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흐느낌의 감정은 너무나도 잘 보였다. 아마 그는 자신이 수도 없이 해온 그 편한 ‘타협’ 한 번 하지 않던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고통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박대령을 더 살리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뭘 그렇게 웃어요. 그렇게 웃으면 누가 미안해할 줄 알아요?” 이제 더 이상 스크린에서 이선균을 볼 일은 없다 그렇기에 그가 마지막으로 연기한 인물에게 작별인사를 들은 이 영화의 엔딩이 참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자네한테 진 빚이 많아. 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