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온윅
8 years ago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평균 3.6
이 책은 단연코 출산 이후 자신의 삶을 잃어본 엄마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만한 산문이다. 반면 그렇기에 결코 온전할 수가 없다. 인간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줄곧 유리천장을 있는 힘껏 밀어올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엄마의 세대가 밀어올릴 수 있는 힘이 다하는 곳이 우리의 한계 이전에 위치해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이 말은 곧 세월의 흐름에 따라 출생 이후의 억압적인 성별 프레임이 지배하는 범위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긴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엄마는 그새 좁아진 간극만큼의 나를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가끔 나를 미쳐버리게 만드는데 그래도 내가 그 간극에서 무엇을 보고있는지 설명하기를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태어난 이래 평생에 걸쳐 주입받아 마침내 체화되어 버린 불합리성이 알고보니 자신에게만 주어진 것이었음을 갑자기 벼락처럼 깨닫는 기분을 과연 어떤 사람들은 상상이나 해볼 수 있을까? 단 한번이라도 깊은 '회의'를 경험해본 적이 있을까? 합리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 그 회의감을 모르는 자들에게 죽을때까지 죽도록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상해본 적이 있을까? 어떤 위치에서 출발해서 어떤 지점을 지향하는 사람이든 여자로 태어난 인간은 무조건 어느 순간에서만큼은 그 회의감을 넘어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