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HBJ

HBJ

7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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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영화 ・ 2018

평균 3.8

신앙 관련 영화는 언제나 불안하게 보게 된다. 신앙 영화들은 태생적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에, 너무 훈계하는 듯한 톤이나 몰입하기 힘든 이상적인 캐릭터들로 관객과 벽을 쌓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바울' 같은 경우는 역사 드라마이기도 하기 때문에, 성경에 있는 내용을 따분하게 나열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울'은 스토리를 교리가 아닌 캐릭터에게 맡기며, 종교적 메시지와 대중성을 모두 잡은 듯하다. 사도 바울은 신약 성서에서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경에 있는 바울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으로 다소 흐릿한 시기인 바울의 말년을 다룬다. 기독교인이 핍박 받는 네로 황제의 로마에서 투옥된 바울은 처형을 앞두고 있으나, 그의 제자인 누가가 그를 만나며 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끔찍하고 절망 밖에 안 보이는 날들을 버텨내는 기독교인들과 바울과 누가의 대화 속에서 영화는 고난과 용서에 대한 복음을 주제로 다룬다. "사랑이 유일한 길"이라는 이들의 교리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받아드리는 장면들을 묘사하며, 영화적 재미를 더할 갈등 관계와 충돌들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주제 의식을 부각시키는 식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신앙 영화로서 이 영화가 잘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제 의식을 스토리나 노골적인 대사보단 캐릭터를 통해 전파한다는 것이다. 극중 인물들도 인간처럼 그려져서 좋았다. 신앙 영화들은 특정 인물들을 너무 악하거나 너무 선하게 그려서 유치하고 개연성 없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선교 여행을 아련하게 추억하는 바울과 누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바울, 리더십의 무게감에 고통받는 아퀼라와 프리실라는 모두 시험을 받는 인간으로서 묘사된다. 그런 나약한 인간미 속에서 관객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그 나약함이 공격당하는 이야기 속에서 몰입도가 생긴다. 연기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일부 단역들의 대사 처리에서 발연기가 조금 느껴졌지만, 가장 중요한 캐릭터들인 바울과 누가를 연기한 제임스 포크너와 짐 캐비젤이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잘 주도해 나아갔고, 모리셔스 역을 맡은 올리비에 마르티네즈도 인상적이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오랜만에 볼만한 가치가 있는 신앙 영화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기독교 신자라면 아마 많은 감동과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역사 드라마로서의 재미도 갖춘 탄탄한 영화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비기독교인이 어떻게 감상했을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