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빈

버드 스트라이크
평균 3.7
흥미로운 소재였고 인물 설정도 훌륭했으나 우선은 세계관이 납득하기 어려웠고ㅡ21세기에 통용되는 거의 모든 문물이 존재하는데도 중세의 성도처럼 왕래가 드물어 신비함이 유지되는 세계라니ㅡ마이가 비오를 잡아오라 지시 내린 시점부터는 서사의 볼륨감 자체가 확 죽어버려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게 됐다. 실제로 연구실 습격과 급작스런 관계 회복 모두 엉망진창. 유일하게 루가 편지에서 보인 쿨한 태도만 좋았다. 원인은 자명하다. 닫힌 세계관에서 현대 문물은 판타지와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다. 설정의 고난이 작가를 잡아먹었다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음. 알레고리 측면에서 서사 전면에 내세운 혐오의 문제에서도 글쎄다. 결국 탄이 마이를 나 아니면 누가 받아주냐며 결혼을 통보하는 후반 장면을 납득하지 못하는 독자가 나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건 마이가 인간이 아닌 조인을 죽였기 때문이란 전제를 가능하게 만들어 결국 조금 키가 작고 날개가 달린 저들을 대하는 근본적 태도는 약자를 향한 동정과 강자로서의 체면이 뒤섞인 시혜라는 사실을 강화시킨다. 구병모는 성장 소설의 어떤 경계를 아슬하게 지키는 작가였는데 역시나 세계관을 넓히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구병모라면 이러한 서사의 스테레오 타입을 깨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너무 전형적인 것도 문제였다. 중심인물들에게 주어진 게 너무 적었으므로 결말도 흐지부지 날 수 밖에 없는 거다. 이런 측면에선 판타지 소재의 만화들의 설정 방식을 소설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여실히 느끼게 된다. 거기선 휴고를 <버드 스트라이크>보단 개연성 있는 인물로 만들 거다.. 아무튼 좀 실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