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퍼펙트맨
평균 3.1
'퍼펙트맨'은 시한부 전신마비 로펌 변호사와 조폭 간부가 만나며 서로를 도우며 우정을 쌓는 이야기다. 우선 이 영화의 시놉시스만 봐도 바로 '언터쳐블'이 떠오른다. 정식 리메이크가 아닌 이 작품은 설정과 방향과 캐릭터 구성 면에서는 '언터쳐블'과 닮은 점이 많지만, '업사이드' 같은 진짜 리메이크작들과 비교하면 나름대로의 차이점들을 만들어낸 영화이기도 하다. '언터쳐블'과 '업사이드'는 두 주인공 사이의 장벽을 인종과 경제적 지위로 뒀지만, 한국은 다문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지위, 즉 계층에 좀 더 주목을 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길을 걸어온 두 남자가 각자 인생의 위기 속에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부분 (거기에 이를 탐탁치 않아하는 여 비서...)라는 큰 틀은 분명 '언터쳐블'과 굉장히 유사하고, 그 때문에 그 영화가 계속 생각나게 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분명한 차이들이 있다. 시한부라는 설정이 추가된 점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그냥 빈민이나 소외계층이 아니라 아예 조폭, 즉 범죄자라는 점은 장르적으로 다른 요소들을 가져온다. 제일 큰 차이점은 캐릭터들의 변화에 있다. '언터쳐블'의 이야기는 궁지에 몰린 두 주인공들이 서로와의 교감과 우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활력을 되찾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두 주인공을 궁지에 몰고 간 과거와 상처들을 서로가 보듬어주고 치유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길 기원하는 영화다. 이 차이 때문에 '언터쳐블'에는 있었지만, '퍼펙트맨'에는 없는 씬들이 꽤 많이 생기기 시작한다. '언터쳐블'/'업사이드'에 있던 클래식과 소울/펑크의 대비, 현대 미술에 대한 견해 차이 같은 문화적 충돌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고, 오히려 부산이라는 지역을 통해 서로의 공통점들을 훨씬 빨리 찾고, 우정이 쉽게 쌓인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정립한 건달 스테레오타입과 부유한 화이트칼라 스테레오타입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스테레오타입들을 대놓고 내걸고 즐기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각본상 존재는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는 않는 캐릭터들의 깊이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배우들이 채워준다. 허준호와 진선규 같은 명품 조연들의 지원 사격도 있었지만, 설경구와 조진웅의 공이 정말 크다. 조진웅의 껄렁거리는 건달과 설경구의 냉소만발 변호사의 캐릭터는 얼핏보기엔 별 것 없지만, 중요한 순간들에는 그 이면에 있는 아픔을 제대로 전달하고, 영화는 이 순간들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이 클로즈업으로 모두 포착해버린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핵심 요소인 두 주인공의 우정도, 꽤나 서둘러 쌓이는 듯하면서도 "부산 사나이"라는 관념과 두 배우의 연기 때문에 납득이 된다. 하지만 '언터쳐블'은 실화의 힘과 다소 순진하긴 해도 긍정은 넘치는 훈훈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와 감동이 어느 정도 골고루 있긴 해도 인상적인 여운을 주진 못한다. 어쩌면 '언터쳐블'이라는 비교 대상이 없었다면 그려러니 했을지도 모르지만, 표절과 영감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영화로서 다양한 변화를 꾀했음에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