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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간의 관계는 우정이라는 정확하게 다른 여지를 배제하게 된 단어 안에 가로막혔고, 여자에겐 남자가 필요하다는 날조된 교리가 순리인 척 세뇌되어 왔다. 트루먼쇼 마냥 직조된 세상 아래에서 우리가 거쳐가는 정거장에는 매번 여성이 있었지만 종착점은 남자여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종착을 거부한 이들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몸이 이끄는 곳을 따라 달린 사람들. 그렇게 달려 다다른 곳에는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연대,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 있다. 이윽고 그들은 피리를 분다. 눈이 가려진 채 살아왔던 여자들을 불러낸다. 이들은 새로운 감정에 전율하며 똑같이 피리를 들어 또 다른 누군가를 불러낸다. 연쇄되는 피리 소리를 따라 발 딛는 새로운 세상에서 여성들의 관계는 생생하게 너울거린다. 나는 유구한 단절의 역사 끝에 마침내 장막을 찢고 나온 이들의 돌림 노래가 전래되는 순간을 내가 생생히 목도하고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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