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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수동 16mm 카메라로 촬영된 마크 젠킨 감독의 <미끼>는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작이다. 마크 젠킨은 디지털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던 도중 무언가 빠진 느낌을 받았고, 디지털 카메라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큰 영감을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이 1976년에 만들어진 16mm Bolex 필름 카메라. 거기에 거친 몽타주 기법과 클로즈업의 과한 사용, 거친 이미지 표면과 후시녹음 등이 더해지며 현대 영화로서는 보기 힘든 표현 방식을 가진 영화가 되었다. (영화 이론을 잘 안다면 더 자세히 분석하고 싶은데 아직 그러지 못해 아쉽다.) ⠀ 영화는 영국의 이름 없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은 특정 지역을 대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실재하는 지역을 배경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마을에는 마을의 원래 주민인 형제 마틴과 스티븐이 있다. 어부 마틴은 아버지의 집을 팔아넘긴 스티븐과, 집을 차지한 뒤 관광 사업을 목적으로 집을 이상하게 바꿔놓은 런던의 외지인들에게 큰 분노를 느낀다. 스티븐은 새로운 가치에 적응하지 못하는 마틴을 마찬가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 사이에서 심화되는 갈등은 영화의 표현 방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감상은 마크 젠킨 감독의 필름을 향한 고집과,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깊어진 영국에서의 노동자 계층과 지식인 계층 사이의 갈등까지 연상시킨다. 실제로 영화 중간에 브렉시트 관련 뉴스가 삽입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유럽연합 가입 이후 별 다른 수혜를 받지 못했던 영국의 노동자들이 마틴과 겹쳐보이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16mm 필름 촬영으로 현시대 영화처럼은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영화가 이처럼 동시대적인 문제를 은유하고 있다는 것. 그에 더해 <미끼>는 바로 그 필름을 수호하는 감독의 사적인 영화로도 읽힌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다. 심지어 재밌다. 스크린으로 볼 일은 없겠지만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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