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잘자영

잘자영

2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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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영화 ・ 2024

평균 3.2

90년대생인 나에게 판문점의 기억은 회담장, 북한 군인과 마주보고 근무하는 조금 특별한 지역. 이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 ‘판문점’이 지명이라는 점, 이 곳이 자리잡기까지의 희생과 수많은 이해관계를 알 수 있었다. 포로수용소가 거제도 근처 작은 섬인 용초도까지 확장되었고, 송환 된 포로들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1년 넘게 사상 교육을 받느라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는 점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60대 이상의 분들이 북한에 대해 느끼는 마음이 90년대(아니 80년대?)생 이후의 세대와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 좀 더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첫 장면이 JSA에서 바라보는 이북의 저 너머를 줌인으로 다가가는 장면이었는데,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면 이 첫장면은 펄럭이는 두 남북한 깃발과 푸른 풀숲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실제 장소라기보다는 조형물이나 그래픽처럼 느껴지는 원경의 장면은 영화의 무드를 건조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이미지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과정은 상당히 시사적이고 사실적인 정보와 인터뷰의 나열이었다. 시대순으로 사건을 배치하며 판문점이 생겨난 전후과정과 전쟁의 이해관계를 인터뷰와 자료화면으로 설명하며, 최대한 사실의 나열을 하려고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이 북한 포로를 풀어주고 그 뒤 협상 과정 일체를 미군에게 일임한 합의를 설명하는 한 학자의 설명은 어떤 입장에서 그 결정을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고 언급하면서 여전히 그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의 관객들을 이 모든 사건과 시대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보게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한 여러 해석을 제시하는 학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지자 판문점을 비롯한 한국전쟁 당시를 좀 더 건조하게 보게 되지만, 고지전 복무 참전 용사의 인터뷰나 판문점 북한군 침입 사건 등의 자료화면과 증언들이 이어지기 시작하면 건조하게 시작한 학자들의 인터뷰와 달리 감정적으로 전쟁의 참담함과 잔혹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에 반면 시종일관 건조하고 평이하게 일관하는 박해일 배우의 나레이션과 자료영상을 이어 붙인 화면들이 이어지는 연출, 과거 뉴스 자료화면까지 삽입하며 시대순으로 이야기하는 흐름은 이미지적으로 시작한 첫 장면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예상대로 흘러간다. 한국전쟁 전후시점을 길게 이야기한 영화는 판문점에서 복무하고 출입한 생존자들의 인터뷰로 후반부를 맞이한다. 영화 중후반부에 70년대 이후를 맞이한 영화는 갑자기 한 두 장의 기사사진으로 방북인사, 담화회장으로 쓰인 판문점의 모습을 후루룩 보여주고 영화를 끝낸다. 체감상으로 판문점의 시작 30분, 전쟁과 분단의 참담함 30분, 전쟁 이후의 판문점 20분, 80년대부터 현재까지 10분 정도로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갑작스럽게 끝나버린 느낌을 받는다. 더불어 갑작스럽게 마지막 장면에 판문점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 어떤 기능을 해야할 것인가 텍스트로 질문이 나오고 그 뒤에 이어진 장면이 없다보니 그 질문에 대해 관객이 따라가야 할 장면들이 없다. 판문점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길 바란다거나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길 소망한다거나 하는 등 JSA에서 복무하셨거나 출입한, 그리고 현재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답을 듣고 지금의 이야기까지 담았다면 어땠을까? 메시지와 제작 의도는 좋았으나 영화적으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전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