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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영화많이보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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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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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 3

영화 ・ 1996

평균 3.0

2025년 12월 13일에 봄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어 3>는 '타카하시 반메이'의 <도어>, <도어 2>의 속편이긴 하지만 '보험 외판원'이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같은 시리즈로 보긴 어렵다. <도어> 1편의 경우 부천영화제에서 본 적이 있는데, 집이라는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어야할 공간에 '문'을 넘어 누군가가 침입했을 때의 공포를 다룬 꽤 잘 만든 영화이다. 1편에서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주부이고 빌런이 보험 외판원이었으나 <도어 3>에서는 주인공이 보험 외판원이며 성별도 여성으로 바뀌었다. 주된 공포 테마가 ‘침입’이었고, 분노의 근원도 ‘노동자의 설움’과 같은 느낌이었기에 주로 불특정한 다수 혹은 미지에서 비롯된 불안(사회적인)과 공포를 다루는데 특화된 기요시 감독의 <도어 3>와는 궤를 달리 한다. 타카하시 반메이 감독이 핑크 무비계의 선배였기에 그러한 인연으로 기요시 감독이 속편 격의 영화를 맡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영화는 여성 보험 외판원인 주인공이 이성을 지배할 수 있는 한 남성 ‘후지와라’를 만나면서 겪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다루는데, 남성 상위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착취에 대한 관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보험 외판원 대부분이 여성이며(상사는 남성), 지배자의 위치인 남성 '후지와라'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흡사 '하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핑크 무비'에서 'V-cinema(비디오 영화)'를 거치며 영역을 넓힌 기요시 감독이 'V-cinema의 경우는 관객분들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한 것을 보면 너무 심도있게 바라보지 않고 가볍게만 즐겨도 좋을 것 같다. (본인도 이러한 연유로 V-cinema의 경우 많이 덜어낸다고 하셨다.) '세뇌' 컨셉을 좋아하는 기요시답게 <큐어>에서는 최면을,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에서는 약물을 세뇌의 매개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기생'을 가져왔다. 정확힌 전염의 매개는 '기생충'이, 세뇌의 매개는 일반적으로 곤충류에서 내뿜는다고 알려진 '페로몬'을 소재로 따왔다. 기생충류는 곤충과는 사실 분류군이 다르긴 하지만 일단 페로몬과 비슷한 물질을 분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러려니 넘기겠지만, 아마 당시에 '인간의 페로몬 향수' 따위가 아직 먹히던 시절인지 인간이 페로몬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설정은 확실히 핑크 무비스럽긴 하다. 이 영화에서 여성 서사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의문스럽긴 하지만 주인공이 여왕(왕) 개체여서 후지와라의 세뇌에 당하지 않았던 점이나 역하렘 엔딩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조금 더 과하게 생각해보면 욕정을 이용하여 일을 따내고, 사랑 때문에 누군가를 해꼬지하고, 상대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으며, 키스로 무언가가 전염되는... 장르 영화의 귀재인 기요시가 쓴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