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토로
5.0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18기: 초시공! 태풍을 부르는 나의 신부
영화 ・ 2010
평균 3.6
어린이는 어른이 된다 하지만 심각해지지 않아도 된다 사회에 (마음이) 편입되지 않아도 된다 어른 짱구 역시 그러니까 어른 짱구가 제시하는 어른상 그 자체로 위안이 된다 어른이 되기 싫어~에서 어른이 되고 싶어! 로 바뀌는 건 분명 성장스토리다 게다가 작중에서 그 계기는 로맨스적 사랑이었다 하지난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와는 다르다 역시 어른 짱구가 키가 훌쩍 크고 목소리가 낮아지고 턱이 네모나졌을 뿐 별다르게 그 마음이 변한 것 같진 않기 때문이겠지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 짱구도 어린이었다 짱구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짱구도 인생의 쓴맛을 알고 좌절할까? 짱구도 우리처럼 찌든 사회인이 될까? 그에 대한 완벽한 답이다 짱구는 철들지 않았고 (쓴맛에 대항해서) 여전히 심각해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마 맥락상 "내 딸과 헤어지게 그럼 일자리를 주겠네." 하는) 대기업 사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재밌지 않은데 뭐하러 해야 하죠? 그럼 굿바이~" 하는 어른은 어른이 아니다 재밌는 것만 하고 책임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배를 곯게 된다 어른 짱구는 (역시 대단한 신념으로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선험적으로 그것까지 포함해서) 기꺼이 그걸 택하는 힘을 가진 어른이다 (일본이 이런 바보스러움에 대한 환상이 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작중에 나온 '바보파워'만 해도 그렇고.. 경직된 사회에 사는 탓일까?) 짱구는 동경하던 액션가면이 되었다 세계를 구한 이유가 여자들의 비키니를 보기 위해서..라는 세속적이고 웃긴 이유라는데 "말만 저렇게 하지 다른 가치 있는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진짜로 진짜로 저것 그대로가 이유여도 좋다 인생은 심각하게 살아선 안 되니까 (Remember not to take life too seriously). 동시에 좀 더 나이가 든 짱구의 부모님이 여전히 짱구를 보살펴주는 게 찡하게 좋았다 낯선 세계에 떨어진 어린이가 의지할 건 부모님뿐이다 신형만과 봉미선은 (아마 찢어지게 가난한 것 같은데도..) 짱구는 물론이고 짱구의 친구들까지 배부르게 먹이고 씻기고 재워준다 (A++ 한우도 아니고) 통조림 고기를 전부 내어주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신형만과 봉미선은 늘 그랬듯이 온몸을 던져서 짱구(그리고 짱구네 가족)를 위한 액션 활극을 한다 좀 더 나이가 들었음에도 우리의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대가 되었음에도 (우리처럼) 짱구를 사랑하는 다미의 말로 끝낸다 하긴 그래 짱구 씨는 분명 게으르고 바보같아. 건들건들 느릿느릿 헐렁헐렁 품위는 하나도 없고 한심하고 늘 적당히 살고. 좋은 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하지만 말야. 하지만 짱구 씨처럼 날 즐겁게 만들어주는 사람은 없거든.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액션가면 성우(현경수 성우)가 어른 짱구의 목소리를 맡아준 게 찡하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