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Mino

Mino

5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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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

영화 ・ 2012

평균 4.0

사랑, 역사, 영화. 그리고 우리가 간과한 것. 그럼에도 하려는 것. . (스포일러) . 타부는 세 가지 층위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실낙원'이라는 현재가 '낙원'이라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인데, 그 그리움의 이면엔 낙원이라고 칭할 만큼 행복한 나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영화는 결론을 내는 것 같다. . 이러한 영화의 주제를 필자가 추측한 사랑, 역사, 영화라는 세 가지 층위에 맞추어보면 첫 번째는 아름다운 사랑이었지만 실상은 불륜을 추억한 것이고, 두 번째는 제국의 휘황한 시절이었지만 결국 혁명으로 인해 패배한 나라로 끝맺게 되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이미 흑백 무성영화가 소멸했다시피한 2012년이라는 현재에서 그런 과거의 형식으로 영화를 복기시키는 것은 현대의 무망한 추억보정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영화의 무대이기도 한 '타부'라는 것은 표층적으로는 극중 불륜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읽어본다면 과거를 회상하는 입장에서 그 과거의 실상이 어찌 됐건 '낙원'이라고 칭할 정도로 자기가 떠올리고 싶은 모습만 회상하는 것, 이 역시도 터부시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입장을 영화는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초반부에는 2부에의 사랑의 모습을 좋은 모습만 비추다가 점점 비밀이 밝혀지는 방식으로 그 암울한 이면을 보여주는 것과 점차 식민지 시대였다는 정보를 밝히면서 포르투갈 제국이 무너질 것임을 원주민들의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독립의 불씨로 코멘트하기 때문이다.(이 영화가 진짜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나중에 배치시킴으로써 추억의 이면을 들춰내는 것이다.) . 1부는 실낙원이고, 2부는 낙원인데, 이렇게 명명된 것은 당연히도 1부에서 내내 과거를 추억하는 아우로라의 기준에서 명명된 것이다. 불륜이었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현대는 그녀의 입장에선 실낙원인 것이고 그 남자와 함께했던 과거는 낙원인 것이다. . 벤투라의 입을 빌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순서를 따르는 2부의 형식은 단순 편의를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상술했다시피 이 영화가 진짜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추억)이 아니라 그 사랑의 이면이다. 그렇게 순서대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불행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끝내 깨닫는다. 우리가 추억을 회상할 때 간과하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말이다. (그럼에도 필름을 고수하는 감독의 고집을 보면 인간은 결국 추억보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생물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 . 영화를 대표하는 악어 이미지는 그 자체로 물 밑에서 스멀스멀 떠오르는 동물적 습성이 추억하는 인간의 모습과 흡사하기에 사용된 기표로 보여지며, 동시에 극중 아우로라와 벤투라의 낙원을 상징하는 기표로 놓이는 것 같다. . 악어는 극 초반 죽은 아내를 따라 가기 위해 정글에서 악어에게 죽은 한 남성의 이야기와 2부의 커플을 매개하는 기표로서 놓이기도 한다. 극 초반 이야기 역시 죽은 아내와의 과거를 끝내 잊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우로라와 벤투라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도 하다. . 그렇게 악어는 낙원인 동시에 비도덕적인 추억일지라도 추억하려는 인간의 습성이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어두운 이면의 형상이 된다.